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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창가의 토토"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작년에 나온 것으로 동아일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 된 책이며 전 세계를 토토짱 열풍으로 몰아넣은 일본의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사히 TV의 일일 대담프로그램인 <데츠코룸>을 20년 이상 진행하고 있는 일본 방송계에서 저명한 인물이며, 1945년 일본에서 도모에 학원이라는 대안학교를 다닌 실제 주인공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1-2학년의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언론에서 소개되고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책인지라 꼭 한번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읽게 되니 늦었지만 감동은 더욱 새롭다.
이 책의 주인공 토토는참으로 문제아여서 보통 공립학교에서 1학년 입학을 하여, 한 달도 채 못 다니고 퇴학을 당한다.
그리고 찾아간 학교가 바로 전교생이 50명이고, 전철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작은 대안학교 도모에 학원이었다.
몇 년 전 1학년 담임을 했다.
그때의 제자 중 잊혀지지 않을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가정환경 조사서엔 아주 우수한 아동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집중력이 우수하며 아주 탐구적인 아이라는 것이다. 부모님 눈에는 그런 아이였다.
그러나 평범한 교사인 나의 눈에는 참 힘든 아이였다. 수업에 대하여 집중을 거의 하지않으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늘 딴짓을 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게임수업을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고 아는 문제가 나오면 '저요 저요' 를 연발하다가 책상위로 올라가 껑충껑충 뛰면서 두손을 높이 들고 소리를 지른다. 그 뿐만아니라 '저요'라는 말을 세 번이상 하도록 두면 그 아이는 화를 내고 씩씩거리며 참지를 못한다. 난 그 아이의 그런 성격을 아는지라 어쨌든 세번 '저요'하기전에 시켜주지않으면 안되었다.
또 아이들을 자주 건드려서 싸움을 하였고 싸움엔 언제난 지는 편이다. 그런 날이면 엄마가 학교로 달려오시고 다른 아이들을 꾸짖어 달라는 부탁을 하신다.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너무나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너무나 천진난만한 귀여운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내 눈은 관리자의 눈이었나보다. 전혀 웃음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2학기가 되어 그 아인 다른 반으로 가게 되었는데 난 1학기동안 참으로 맘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나보다 더 맘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아마 부모일 것이다. 관리자인 선생님에게 아이를 맡겼으니... 어쩌면 바로 그 아이가 가장 맘고생을 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꾸짖는 선생님한테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바로 그 아이를 기억하게 한다.
주인공 '토토' 는 내가 힘들어 했던 그 아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아이인 것 같다.
학교에 처음 입학한 토토는 수업시간에 책상뚜껑을 큰소리가 나도록 '백번도 넘게' 열었다 닫았다하여 수업을 할 수 없게 했으며 , 창가에 서서 큰소리로 바깥 세상의 모든 사람과 자연들에 대해서 대화를 한다.
"친동야 아저씨!" 하며 큰소리로 거리의 악대를 계속 불러서 결국 교실 앞에서 연주회를 하게하고, 제비를 보고는 "너 거기서 뭐 하니?"하며 소리를 계속 질러대는 토토, 게다가 반 아이들을 불러서 구경하게 하였으니 담임이 어찌 수업을 하랴!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창가의 토토'가 되었다한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잘못으로 다른 아이의 학습을 방해하여 끝내 1학년인 토토는 퇴학을 당한다,
엄마는 아이가 퇴학 당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잘못한 일을 추궁하지도 꾸짖지도 않는다. 단지 "새로운 학교에 다녀보겠니?" 하며 대안학교로 향하는 것이다.
토토의 부모는 한번도 아이의 개구진 장난에 대해 나무란 적이 없다. 언제나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하루종일 쫑알쫑알 따라다니며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토토와 정답게 대화할 뿐이다. 철조망 밑을 기어다녀서 속옷까지 찢어진 채로 매일 돌아와도 새옷을 손수 지어서 입힐 뿐이었다.
책속에 나오는 이야기라서 그럴까? 참 훌륭한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난 나의 그 학부모가 이해가 되지않았다. 좀 엄하게 나무라고 바르게 예절을 가르쳐서 집단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불만이었다.
두 부모님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나의 타성화된 아동관과 잘못된 권위가 아이와 학부모를 힘들게 한것은 아닐까?
토토가 가장 존경하면서 또 이책을 쓰게 한 주인공은 바로 이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이다.
토토는 처음 도모에학원에 가서 제일 먼저 교장선생님과 인터뷰를 한다. 교장선생님이 토토에게 한 말은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해보라는 것이었고 토토는 4시간 동안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1학년인 아이가 4시간동안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 4시간 동안 정성스레 들어주는 교장도 모두 감동적이다.
우린 얼마나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가? 얼마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인내했는가? 참 반성할 일이다.
이 도모에 학원의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은 오늘날의 열린교육과 거의 같다고 할수있다. 유럽에 유학하여 새로운 교육을 배워온 교장은 온몸으로 표현하는 음악교육을 직접 담당하였으며 농부를 교사로 초빙하여 체험학습을 하게 하였고 야영활동과 현장학습을 중요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는 2차 세계대전중이었고 전쟁 말기였다. 이데올르기가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었으며 오직 전쟁만이 최고의 가치였다. 그런 시대에,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선진 교육 방법을 채택하여 인간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참 교육을 하는 교장 선생님의 교육관은 참으로 존경스러울 뿐이다.
외소증 환자인 한 아이를 위해 학교에 수영장을 만들고 전교생이 수영복 없이 수영하게 함으로써 외모의 수치심을 벗게하였으며, 이상한 운동회를 열어서 외소증아이가 전 분야에서 일등하도록 하여 신체의 한계를 넘게하는 모습은 눈시울이 뜨겁다. 또 우리는 자연보호를 가르치며 나무를 상하게 하지 말라는 교육만 시켜왔는데 이 교장은 모든 아이가 자기나무를 소유하게 하여 언제나 그 나무에 올라갈수 있도록하여 강아지를 사랑하듯 자신의 나무를 아끼게 하는 모습도 참 새로웠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토토는 참으로 문제아 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한번도 담임선생님의 자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교장선생님의 친절과 교육방법의 훌륭함을 기억할뿐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없다. 오히려 담임선생님이 교장 선생님께 꾸중듣는 모습을 떠올림으로써 교장선생님을 더 높이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 도모에 학원에서 조차 담임선생님도 토토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가끔씩 만나는 교장선생님만이 ' 사실은 넌 아주 착한 아이란다' 하고 말해준 것을 감사할 뿐이다.
또 모든 아이가 참여한 학예회에 오직 토토만이 빠진다. 연극연습을 하는데 계속 소품으로 다른 아이를 찌르고 훼방을 놓으며 장난을 해서 도저히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예회날 운동장에서 혼자 자연과 대화하며 놀았다고 적었다.
내게 이런 아이가 온다면? 어휴~ 이 책을 다 읽고도 역시 고개를 저을 뿐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내게 껄끄러움으로 남는것은 작년 바로 그 제자이다. 정말 난 그 아이 앞에 바로 설수 있을까? 자꾸만 부끄럽고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다.
토토가 기억하는 사건중에 정화조 속에 빠진 이야기가 있다. 늘 모험을 즐기던 토토는 정화조 수리를 위해 뚜껑을 열어 놓은 것을 모르고 신문지가 덮여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세계라며 뛰어들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기사가 비명소리를 듣고 구해주었다. 또 화장실에서 거꾸로 보기를 하다가 지갑을 떨어뜨려 정화조를 혼자서 다 퍼냈다. 그것을 본 교장 선생님은 이유를 묻고는 원래대로만 해 놓으라면서 지나가신다. 토토는 화장실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분뇨를 퍼내고도 지갑을 찾지 못했으며 다시 원래대로 해놓기 위해 퍼낸 분뇨들을 다시 정화조에 넣는 작업을 혼자서 하루종일 했다.
이 이야기에서 토토는 교장선생님께서 꾸중하시지 않은 일과 원래대로 돌리게 함으로써 다시 같은 모험을 하지 않도록 이끈 교장선생님을 멋있는 선생님이라고 존경을 표한다. 토토의 엄마 역시 같은 뜻을 보인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아동이 빠지도록 정화조를 열어 놓은 것과, 또 1학년 아동이 정화조의 분뇨를 혼자 다 퍼내고 있는데도 방치한 것, 또 아동이 원래대로 하게 한 것 등은 언론에 문제가 될 만큼 큰 사건이 아니었을까?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하게 한것도, 외소증환자를 위해 이상한 게임과 규칙을 만든 것도 공정성의 시비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교장은 아마 징계를 면치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런 선생님, 이런 부모님을 토토는 존경하며, 전쟁으로 파괴되어 겨우 2년 남짓 다닌 학교로 인해 바르게 성장하여, 자신이 일본의 유명 TV에서 20년 이상 명 사회자로 활동하게 한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그 당시에도 모두들 이 학교를 믿은 것은 아니다. 주변의 시선은 늘 곱지 않았고, 학부모들 조차 괜찮을까 염려하며 끝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킨 부모도 있다고 하며, 토토의 부모들조차 걱정을 했었다는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공부한 친구들은 외소증환자인 그 친구조차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한번도 결함으로 느끼지 않고 정상인들과 당당히 겨루어 초등학교의 키 그대로 메이지 대학의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의 한 전기주식회사의 첨단대형기계 기술을 가르치는전문가가 되었으며 , 모두들 일본의 큰 인물이 되었음을 증언한다.
당시로서는 온전히 믿을 수 없어도 학교의 바른 교육관을 믿고 아이를 맡긴 결과인 것이다.
교육에는 이런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학교에대한 신뢰, 선생님에 대한 신뢰, 아이에 대한 신뢰가 참교육의 밑바탕이 될 때 교육이 바로서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아이도 바른 인성으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큰 일꾼들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할지라도 믿으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참교육은 차츰 정착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학교와 교사의 자세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처럼 바른 교육관과 참 사랑으로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신뢰할때 학부모와 아동으로부터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이런 교육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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