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동전 모으기를 위해 동전이 있으면 가져오라고 알림장에 써 주었는데 한 아이가 100원짜리 동전 5개를 가져와서 저금통에 넣지 않고 가지고 다녔나보다. 그런데 그 친구의 돈을 가져와서 자기 실내화 주머니에 넣고 흔들다가 엄마한테 들킨 것이다. 짤랑짤랑 하는 소리에 놀란 엄마는 아이를 다그쳤고, 그 돈의 주인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돈을 잃은 아이가 교실로 와서 찾고 있어서 다행이 돈을 돌려주었는데 놀란 엄마는 경황이 없다.
설마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집에서 돈이 여기 저기 굴러다니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어떻게 친구의 돈에 손을 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심하게 꾸중을 하고도 모자라 선생님한테 또 데리고 온 것이다.
"돈을 훔쳤으니 도둑이예요. 이런 아들 키우고 싶지 않아요. 공부도 못하면서 별짓을 다해요."
수학경시 결과 때문에 속상한 엄마의 마음이 말 끝에서 대롱거린다. 나도 아이의 엄마처럼 함께 엄포를 놓았다.
"너 양치기 소년 이야기 알지?"
"네, 늑대 이야기..."
"그래, 양치기 소년이 진짜 늑대 만났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했느냐? 아무도 믿지 않아서 늑대한테 잡혀 먹었지 않았느냐? 너 자꾸 거짓말 해서 선생님이 네 말 믿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젠 이런 짓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네 엄마가 널 키우지 않으면 선생님이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나쁜 짓을 하니 이젠 나도 너 못 키우겠다. 교장 선생님한테 말씀드려서 전학 보내야겠다."
놀란 아이는 잘못을 빌 생각조차 못하고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엄마와 선생님을 번갈아 보며 떨고 있다.
아이의 표정에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전학가라고 협박(?)을 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끌 듯 아이를 데리고 간다. 아이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오래전, 우리 큰 아이가 처음 도둑질(?)을 했을 때 우리 가족이 보인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
5살 된 큰 아이가 아빠의 책상 서랍에서 10원짜리를 들고 나가 과자를 사려다가 들켜서 도둑으로 몰렸고 도벽을 일찍 고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면서 아이 엉덩이를 펑펑 때리며 혼을 냈었다. 한참을 언성을 높이며 꾸중을 하니 아이가 울면서 하는말,
"잘못했어요. 다음에는 할아버지 돈 가져 갈게요."
.....
아이를 혼내던 두 부부는 배를 잡고 웃어야했다. 1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가서 과자를 달라고 하니 가게 주인이 할아버지 돈 가져오면 준다고 했나보다. 그래서 과자를 사오지 못해서 부모님이 혼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 아이가 다음엔 100원짜리 가져가서 잘 사오겠다는 것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아이를 젊은 부부가 열을 내며 아이 버릇을 고치겠다고 사건을 벌인 꼴이다.
오늘은 아이의 엄마와 선생님이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아직 자기 통제가 약해서 친구를 놀릴 마음으로 벌인 사건에 도둑이라며 아이를 펑펑 때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 않던가? 잘못된 호기심과 장난을 일찍 고치면 고생을 덜 하는 법이다.
이웃학교에서 선생님이 전학보낸다며 엄포를 놓았다가 화가 난 학부모가 항의를 하고, 결국 전학을 간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도 같은 말을 했다.
에구~
조심해야지...
내일 녀석의 표정이 궁금하다. 며칠은 잠잠할까?
아침부터 황당한 학부모 때문에 하루종일 우울했는데, 녀석의 놀란 표정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래 그렇게 웃자. 웃으면서 서운한 마음, 속상한 마음 다 잊고 용서하자.
모두가 사랑이 넘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 아이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통제가 되지 않은 까닭이다.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