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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검색| 학부모님께 드리는 세 번째 편지 아카시아 향기가 다시 소녀적 감상을 일으키는, 참 아름다운 날입니다. 요즘 제가 영어 연수 다닌다고 정신없이 삽니다. 그래서 피곤도 겹치고 하다보니 편지 보내는 일을 잊었습니다. 5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감사와 사랑을 나누고, 잊었던 사랑을 꺼내어 다시 보듬는 계절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모든 부모들은 어린이날이 가까이 오면 어떻게 남들에게 처지지 않게 행사를 치르나 걱정이다 보니 어버이날은 덤으로 그저 지나가곤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님의 참 사랑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하고 싶어서 깜짝 파티를 준비하게 했더니, 아이들이 "X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딸의 재롱에 감격한 한 아버님께서 첫 어버이날을 맞이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기에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요. 가족이 행복할 때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기 때문에 올해는 좀더 가족을 탐구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기회를 많이 갖게 하려고 합니다. 쑥스럽더라도 서로 가까이 하는 연습, 곧 사랑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 6학년 첫 현장학습으로 강화도에 다녀왔다. 내가 강화도에 다녀온 것은 이번이 네번째이다. 처음에 간 것은 스무살 때였다. 친구가 데이트하는 데 함께 따라갔다. 전등사를 갔는데 정말 데이트 장소로는 최고였다. 가는 길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도 꼭 이곳에 데이트하러 오리라 했지만 결국 전등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두번째로는 4년전 학교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였다. 바닷가 근처의 수련원에서 1박을 했는데 역시 그곳도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린 밤 늦도록 거리를 거닐며 노래를 불렀고, 별빛을 찬양했다. 저녁노을을 보며 낭만에 젖어들기도 했다. 또 배를 타고 보문사도 갔고, 강화성공회 성당을 보면서 아름다운 한국식 기와집도 교회일 수 있다는 것에 묘한 흥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강화 시내에 있는 한 허름한 식당에서 먹었던 가마솥밥의 향기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세번째는 교회 사람들과 함께였다. 2박 3일의 여름 수련회를 마니산 중턱에 있는 교회에서 보냈는데 새벽마다 마니산을 오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바다와 갯벌들은 신기루 같은 환상을 주었다. 함께하신 한신대 교수님의 강화 이야기는 할머니에게서 듣는 옛날 이야기의 흥을 모두 갖춘, 참으로 재미있고 놀라운 것들이었다. 그래서 내게 강화의 기억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논으로 둘러싸인 곳 한가운데에 작은 동산이 있고, 몇몇 집이 옹기종기 올망졸망 자리한 그곳, 따스한 햇살아래 보이는 강화의 모습은 참 평화로웠다. 덕분에 나는 강화라는 이름만으로도 따스한 햇살과 평화로운 마을, 갯벌, 별빛, 신기루 같았던 바다의 모습을 떠올리며 순간에 들뜨게 된 것이다. |
| 내일은 우리 학년이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다. 자율장학이라고도 하는데 학부모님들과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을 모시고 수업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공개 수업을 할 때마다 나는 교생실습을 할 때를 생각하곤 한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서울 시내의 여러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에서 4학년 때 한 달 간 한 실습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5공때라 세상이 많이 시끄러웠다. 선배들 중에는 노동운동으로 위장취업을 했다가 발각되어 끝내 학교를 떠난 사람도 있었고, 학교에서도 연일 감시가 계속되던 때였다. 운동권이 아닌 사람들도 낭만은 사치였고, 술취함만이 세상을 견디는 이유인 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2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바뀐 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라 교육과정도 허술했다. 덕분에 우리가 교사로서 배워야 할 실무는 대부분 교생실습을 하면서 배워야 했다.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에서 나는 3학년 1반에 1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함께 배치되었다. 우린 시간표를 짜서 차례로 수업을 했고, 담임 교사는 우리의 수업지도안을 지도하셨고, 수업평가도 해 주셨다. 우리 담임교사는 수학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수학이론에 밝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성격이 꼼꼼하셨고, 다방면의 교육이론에 많은 지식을 갖추고 계신 분이었다. 덕분에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린 학급에서 동료 교생들 앞에서 매일 교대하여 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 초등학교의 선생님과 동료 교생들 앞에서 대표수업도 해야 했다. 한 학년에 한 명씩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대표 수업에 내가 하기로 결정되었다. 도덕과를 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도덕과는 지식교과가 아니라 실천교과라면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아니 실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수업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배운 기억이 났다. 아이들에게 40분 수업을 하고, 아이들의 행동변화까지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수업이라는 것이다. |
| 오늘은 내가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참 자랑스런 날이다. 그렇게 가고 싶고, 보고 싶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작년 제자들과 학부모님들이 나를 초대하였다. 곤지암에서 20여분 차를 타고 달리면 상열미라는 곳이 나오고, 그곳에 사는 병철이네 집에서 잔치를 벌인 것이다. 작년 제자들이 20명도 넘게 왔다. 부모님들도 십여분 정도 오셨다. 중간에 수지로 전학을 갔던 희경이네 3식구도 왔다. 작년에 만든 학급문집을 CD로 구웠는데 오늘 완성된 것을 나누어 주기로 했다. 정규 어머니께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정규 어머니는 나의 팬이시다. 별볼일없는 날 너무나 좋아하시고 고마워하신다. 사업상 너무나 바쁘시지만 내 일이라면 무슨 일도 포기하고 돕는다. 참 고맙고 고마운 분이다. 이런 부모님 때문에 힘이 생긴다. 오늘 모인 집은 우리 반 반장이었던 병철이네 집인데, 병철이 어머니 또한 존경스러운 분이다. 어쩜 그리 겸손하고 소박하신지……. 참으로 진실한 마음으로 남을 섬기는 데 익숙하신 분이다. 그런 분을 볼 때마다 난 왜 그리 부끄러운지……. 오늘도 옛날 반장 엄마로서 큰 일을 하셨다. 때 아닌 잔치를 한 것이다. 제자들과, 함께 데려온 동생 그리고 어른 합해서 손님만 40여 명, 즐거운 모습으로 대접하셨다. 지난 학예회 때는 엄청난 김밥을 여러 부모님들과 함께 만들어 오셔서 우리반 45 명과, 구경 오신 학부모 동학년 선생님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난 이런 분은 처음 본다. 학급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즐거운,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다. 어디 이 분들뿐일까? 거기에 오신 학부모님들 모두 이 두 분 못지않게 훌륭하신 분들이다. 작년 한 해 동안에 정이 든 것을 못잊어서 다시 모인 것이다. 오늘 오신 어머니들도 빈손이 아니었다. 전학을 갔던 희경이 어머니도 손수 빵을 구워 오셨고, 어머니들이 가지고 오신 과일과 과자 떡과 빵이 넘쳤다. 어머니들이 마당에서 고기를 굽고 돗자리를 마당에 깔고 음식을 차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
| 몇 년 전 그때도 6학년 담임을 하고 있을 때 일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일 것이다. 수업 중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경찰이 학교에 들이닥쳤다. 신고가 들어와서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왕따 당한다고 112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왕따에 대해서 보도하였고, 그 피해 상황을 낱낱이 심층취재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던 때인지라 나는 참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을 자세히 알아보니, 5학년 때부터 몇몇 친구들이 친하게 지내며 어울렸는데 반이 바뀌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에서 작은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대개 그런 아이들은 키도 크고 또래보다 성숙하여 남자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몰려다니기를 즐기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남자 친구와의 갈등 등으로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그 때도 그런 일이었다. 우리 반의 두 아이와 다른 반의 여러 아이가 편을 갈라서 싸웠고, 싸울 땐 아주 험한 욕을 마구 하곤 하는데, 그날도 화장실에서 협박하는 말을 많이 한 모양이다. 거기에 놀란 우리 반 아이가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난 이들이 아주 거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미 이 지역에 대하여 아주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역시 바로 그런 아이가 우리 반에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였다. 그 아이들과 1년을 같이 하면서 나는 이 사건을 떠올리며 웃곤 하였다. 그 아이들은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순수하고 맑았기 때문이다. 그 사건도 아이들을 모두 불러서 '서로 화해하여라. 그리고 다음엔 담임 선생님한테 먼저 도움을 청해라' 등의 약간의 지도로 해결되어 싱거운 사건으로 끝났다. |
| 세상을 보고 계시니 아이들을 잘 만나나 봅니다 저도 아이들을 잘 만난걸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활짝 핀 진달래 처럼 행복한 봄 되세요 전계숙 |
| 오늘은 동학년회의가 있는 날이다. 간단한 음식을 나누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오늘 한 합동체육이 화제이다. '계주의 규칙을 정확히 하자. 승부보다는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배턴 존을 없애자.'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배턴존은 아이들이 계주를 할 때 배턴을 주고받도록 허락된 일정한 거리이다. 그래서 뒤에 가서 미리 배턴을 받아 오기도 하고, 앞으로 달려나가다가 배턴을 받기도 한다. 배턴 존을 이용하면 잘 뛰지 못하는 아이들은 짧은 거리를 뛰고, 잘 달리는 아이는 긴 거리를 뛰어서 상대보다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달리기를 못한다고 해서 짧은 거리를 달리게 한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승부가 중요하지 않고 모두가 같은 거리를 달리게해야 한다는 것이다. |
|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계시니 아이들을 잘 만나나 봅니다 저도 아이들을 잘 만난걸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활짝 핀 진달래 처럼 행복한 봄 되세요 전계숙 |
| 내가 처음 교회를 다닌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내 주변에는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많았고, 그들은 언제나 나를 전도하려 했다. 담임선생님도 수업시간 중에 종종 성경말씀을 하시곤 했다. 난 이들을 모두 거부했다. 어떻게 교사가 수업시간에 자신의 종교를 선전한단 말인가? 그 선생님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고 어떻게 하든지 나를 돕고 싶어했다. 어디서 장학금을 준다는 말만 나오면 내게 주려고 무진 애를 썼고 덕분에 나는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충당했다. 그럼에도 난 이 선생님이 자신의 종교를 수업시간에 말한다하여 거부감을 나타냈다. 참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고3이 되기 직전, 사춘기의 고민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였을 것이다. 난 공연히 울면서 비오는 거리를 비척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다. 장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을 생각했고 집으로 돌아와 뜻도 없이 나는 죄인이라며 무릎을 꿇고 하루종일 울었다.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그동안 하나님께 엄청난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이 엉망이 된 것도 다 죄를 지은 까닭이라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다. 며칠을 울고나서 혼자 교회를 찾아갔다. 작은 감리교회였다. 서울로 와서는 그리스도교회, 장로교회 가리지 않고 이 교회 저 교회를 다녔다. 그리고 오늘까지 난 죄인인데 주님 때문에 구원을 받아서 산다고 믿고 있었다. 남들이 죄인 이라니까 죄인이었다. 원죄때문인지 인간이란 언제나 죄를 지으며 사는 부족한 존재라 죄인 인지...하여간 남들이 내게 죄인이라 했고 그래서 나도 죄인이고....주님이 내 대신 십자가를 지셨고, 덕분에 나는 죄에서 해방 된 존재라고 믿으며, 고백하며 살아왔다. 물론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실감나지도 않는 죄의 문제에 무관심하면서.... 오늘 학교의 신우회 모임에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고난주간이라 십자가 문제가 다시 나왔다. 모두들 나처럼 또 죄인, 죄인 하였다. |
| 요즘 우리반 아이들이 부쩍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늘었다. 철우 때문인가? 며칠 전에는 철우가 한참을 울었다고 하더니 어제는 상린이가 울었다고 한다. 난 이말을 듣고 왜그리 우습던지... 보통 운다고 하는 것은 여자 아이들이나, 키가 작은 아이들, 또는 여성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것도 6학년 쯤 되면 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잘 울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반에서 키가 두번째로 큰 상린이와 거의 비슷한 철우가 울었다니...아무 선입견 없이 보면 선생님께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위 '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이 울었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거기에다 상린이는 죽고 싶다며 나가버렸다고 한다. 물론 동네 한 바퀴를 배회한 수준이다. 작년 4학년만 해도 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감정은 성인들의 감정과 구별되었다. '진실게임으로 안 |
| 어제 공부시간 중에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시간에 사탕을 먹다가 들켜서 사탕을 40개를 사 가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일로 그런 벌을 받을리 없으니 무슨 다른 잘못을 한 일이 없는지 상담한다는 것이었다. 그 부모님 생각에는 사탕 하나 먹은 것이 무슨 큰 죄이기에 그렇게 가혹한 벌을 줄수 있는냐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다른 잘못이 있을거란 이야기다. 사탕40개가 그렇게 가혹한 벌이었을까? 숙제를 하지 않은 것과,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것, 사탕을 몇몇 사람만 먹은 것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큰 잘못일까? 준비물을 챙기지 않은 것은 자신의 부주의로 학습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이 됨으로 누구보다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되는 일이다. 숙제를 하지 않은 일도 자신의 학습 능력 향상에 지장을 주는 일로 역시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일이다. 그런데 사탕을 몇몇 사람이 허락없이 먹은 것은 자신의 손해와 다른 문제이다. 나는 음식이란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것 아니지만 사탕 하나라도 그것을 몇몇 사람만 먹음으로서 먹지 못하는 다른 사람은, 관심밖의 인기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
| 어제는 재량시간에 짝과의 '무언의 대화'를 하도록 했다. 이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탐구해 보라는 시간이다. 종이 한 장에 연필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채팅을 떠올렸나보다. 지상 채팅이다.아무 거리낌 없이 시작했다. 규칙은 남을 비방하는 말이나 성희롱 비슷한 질문, 거친말이나 불성실한 대답 등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끼리 제법 조용히 열심히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돌아다니면서 살펴보니 요즘 아이들 채팅방법인 '버디 버디'를 흉내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이 '버디버디' 채팅을 자주하기에 살펴보니 아주 간단한 질문과 성의 없는 대답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아니, 시롱. 걍. 몰라, ㅋㅋㅋ, ㅎㅎㅎ, -.-,^^*;;;ㅡ....'문장은 커녕 두 글자 이하의 짧은 낱말과 조어들을 몇 시간씩 나누고 있었다.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채팅의 기본 목적인 정보의 교환도, 생각 나눔도, 감정의 전달도 아니었다. 단지 시간죽이기가 아닌지....그럼에도 몇 시간을 할 수 있을 만큼의 흥미를 어디서 찾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반 아이들의 무언의 대화는 이러한 '버디버디 채팅'으로 끝났다. 그런데 끝나기 몇분 전, 8조의 여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웃고 야단이 났다. 철우는 계속 "진짜로 몰라서 그런건데"를 반복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하니 여자아이들은 역시 소리를 지르고, 철우가 큰 소리로 "sex가 뭐예요. 진짜로 몰라서 묻는데 아이들이 이상해요." 한다. 참 난감했다. 6학년인 철우가 그것을 모른다? 정말 모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나 듣는 말이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는 그런 말일 수도 있다. 또 일부러 그럴지도 모른다. 이럴 때 교사인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성교육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철우가 알든 모르든, 중요한 것은 이 기회가 성교육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난 잠자리와 가시고기 이야기를 했다. 짝짓기를 도입한 것이다. 동물의 생존본능은 종족보존임을 이야기 하면서 사람도 동물이니 종족보존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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