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속에서 양떼가 귀가하는 장면은 어제 들었던 심포니의 피날레 같았다. 하루가 꿈처럼 지나갔고, 하루종일 심금을 울리는 음악에 심취해서 먹고 마시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물레를 그렸던 작은 여인숙에서 흑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을 마신 게 전부였다. 하루가 지났고, 황혼에서 새벽까지, 아니 이튿날 밤까지 나는 그 심포니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집에 돌아와 불 옆에 앉자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이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너도 알겠지. 여기에 있으면 수백의 걸작품이 있는 전시회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날 무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겠니? 그저 대충 틀만 잡은 스케치 몇 점이지. 그러나 그것말고도 또 있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조용한 기쁨이다." -1883.11.26, 고호(Vincent van Gogh)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림: 고호의 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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