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회를 생각하면 눈물이 좀 난다

임규일

목회 생활 중에 늘 떠나지 아니하는 고뇌가 있다. 우리의 교회 행태와 교인들의 신앙생활 모습이 과연 얼마나 기독교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독교적인 진정성, 정체성이 의문시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는 얼마나 성경적이냐, 교회 본연의 신앙 전승 위에 제대로 서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교회와 교인들에게만 아니라 목회자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요, 교회의 현존과 역사성에도 질문되어지는 과제이다. 사실 오늘에 있어서 교회적인 모든 일들과 문제의 핵심에는 그 본연성, 정체성 문제가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신학적 작업과 활동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본연성에서 벗어나 다분히 기술적인 데로 흘러있는 모습들이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너무 식상하고 뭔가에 지쳐있고 피곤하고 고단해 보인다. 저 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치열한 고뇌들이 보기가 어렵다. 학자는 많은데 사상은 없고, 목회자들은 많은데 목사님을 찾기 어렵다, 기독교인은 많은지 모르나 성도들은 보기 드물다. 십자가 높이 세워놓은 교회당은 많은데, 과연 어느 십자가 밑으로 가야 구원과 은혜가 있을지 딱히 눈길 가는 곳을 정하기가 어렵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하면, 교회의 교회적인 역동성이 일어나지 아니하고 교인들의 신앙적인 생동감이 발휘되지 아니하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 일로부터이다. 즉 조직과 제도, 구성원의 상호성, 지도력, 문화와 환경, 목회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지만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교인들의 종교문화임을 깨닫게 된 일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신앙정서, 영성적 배경과 기질 문제인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다종교 사회이다. 그리고 각자의 종교성을 추구하고 배타적이면서도 또한 수용성이 의외로 넓기도 하다. 그것은 “가족의 만복, 조상과 자손의 형통, 가정의 평안과 건강과 무병장수, 사업형통”을 위하고 구하는 일이라면 어느 것도 좋고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진리나 이론이나 형식과 절차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 종교와 신앙의 본연성이나 진리나 그 진리의 윤리성이나 도덕성을 그리 중차대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오직 가족 이데올로기, 무병과 장수, 형통과 출세 지향 논리만이 정통으로 자리잡고 여기에 습합되지 못하는 것은 배척당하는 것이다.

외람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 유교로서의 정통유교가 얼마나 되며 불교로서의 정통불교가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 이야기를 기독교에 대하여서도 아니할 수 없다. 겉모습이야 얼마든지 제각각의 전통과 특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내용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는 것은 우리민족 전통 습성의 정서와 욕구가 자리잡고 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것은 목회현장에서 실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겪는 고뇌요 갈등이요 방황이며 당혹과 착잡함이다. 이것은 과제이며 또한 참여하여 들어가야 할 우리의 현장이다. 현장과 현장의 사람들을 떠나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목회를 하는 우리 교회 현장에서 칼빈의 저 ‘예정론’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사건은 하나님의 예정하신 바 된 사람들 가운데서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였던가? 믿음은 믿음의 사람들의 믿음 가운데서 발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교회 본연의 신앙 전통을 올바르게 발견하여 정립하고 전승하여 한다. 교회가 먼저 교회를 알아야 한다. 교회가 교회를 모르니 세속으로부터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침략(?)을 당해도, ‘열린……’ 하면서 잠식당해도, 뭐가 뭔지 모르고 있다. 신학도 이 점에서 신학적 유희나 상아탑 안에서의 방안 퉁소가 되지 말고, 교회의 교회성을 제고하여 주며 교회 본연의 신앙과 삶을 바르고 건강하게 제안하는 섬김과 목회의 등대지기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요새 모두가 너무 힘이 빠져 있다.

요즘 우리 시대의 서글픔 중 하나는 바라볼 선생님이 없고, 뒤따라오는 제자가 없음이다. 담론과 토론은 많아도 사상과 정신이 없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하면서 노래부른 이의 노래가 생각난다. 우선은 이 어지럽고 복잡한 숲을 빠져나가야 하겠다.

우리는 얼마나 기독교로서의 기독교인가? 성경적으로 제대로 성경적인 신앙인가? 오강남 교수님의 말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성경에, 온 우주 천지에 한국인이 생각하고 꿈꾸고 원하는 그런 예수는 없다!’는 말 말이다. 성경이 증거하는 ,복음에 계시된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이시지 우리가 저마다 찾고 꿈꾸며 만들어 낸 수많은 저 나름의 예수는 우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착각은 자유이지만 그 자유가 우리의 구원도 능력도 아니다. 진리가 자유일 것이다.

길은 아직 먼데 사방에서 구름이 먼저 일어나 앞을 가리니 그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