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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일의 이런말 저런말 :::


:::글쓴이 소개:::

 

201 1117 통계카운터 보기   관리자 접속 --+
Name   임규일
Subject   이렇게 여기 있음만으로……
“하나님 아버지,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저는 더 살고 싶어요. 저 좀 살게 해주세요…….” 오늘 새벽따라 그 분은 소리를 지르며 흐느껴 기도한다. 듣기도 안타깝고 보기도 딱하다. 폐암진단을 받고 지난 1년간 약물치료를 받아온 분이다. 이젠 그 여러 차례에 걸친 항암주사 맞기를 마치고는, 그야말로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지내는 상황이다. 차분하게 내색하지 않으면서 용케 용케 잘 지내오셨는데, 요즘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다.

어제 아침에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까지 태워다 드렸는데, 자동차 안에서 묻지도 않은 말을 자꾸 꺼내셨다. “우리 집 영감이 불쌍하구요, 고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이 불쌍해요. 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좀더 살아야겠어요. 좀더 살아있어야 하잖느냐는 마음이 간절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오늘 새벽에 저리도 소리 지르며 콧물을 흘리며 눈물을 훔치며 기도하는 모습이 정말 속을 아리게 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어깨를 토닥이고 손을 잡고 기도하고, 조용히 안내하여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는 집에까지 또 모셔다 드렸다.

지금 이곳에 와서 교회를 섬기게 된지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십수 년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며……!”(렘1:7) 라는 말씀의 영감과 소리에 붙잡혀 떠밀리듯 하여 와서는 지금껏 그 말씀의 현실로 지내고 있다. 무슨 일을 얼마나 어떻게 하였느냐? 누가 묻기라도 할 것 같으면 해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억지 부리는 소리 같지만 무엇을 하려고 달려들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무위의 목회로 지내왔다.

이따금 가까운 양평의 강가로 나가서 흐르는 강물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게 즐거움이다. 물은 흘러서 물이다. 흐름으로 있고 있으면서 흐른다. 흐르면서 둑을 만들기도 하고 산을 감싸 돌고 들판을 가로 흐르기도 한다. 둑이 있어 물이 흐르는지, 물이 있어 둑이 쌓이는지 아직도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그렇게 물과 둑은 서로 속삭이며 어디론가 어디론가 강물은 흐른다. 그렇게 흐르는 일 자체가 우선은 중요하고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흐르는 물은 맑고 꾸준하다. 그렇게 흐른 물이 바다에 간다. 물처럼 흘러 흘러 흐르고 있을 뿐이다.

마당에 서서 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먼 산을 멀리까지 보고, 높은 산을 높이 우러러 보고, 큰 산을 허리 뒤로 젖혀 크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산들의 깊음을 헤아려 본다. 먼 산, 높은 산, 큰 산, 깊은 산이 마음속에 있어야 한다. 시골에서 막막함을 부여안고 지내려면 그런 뚝심이 필요하다.

마당 이곳저곳에 누가 뿌리지도, 가꾸지도 않았는데 사방에 풀이 나고 풀꽃이 피고 굉장하다. 대단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수북하고 텁텁한 흙 속에 온갖 씨앗들이 있었음이요, 어김없이 때가 되니 저마다 싹이 나고 줄기가 뻗고 꽃 피우고 저마다 모양을 드러내는 일이다. 생명 있음의 생생한 증거이다. 이 소중함을 응시하며, 그렇다! 나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교인들의 살아가는 모양새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모두 살아가느라 애쓰고 있다. 저마다 오늘 하루의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수고에 진땀을 흘린다. 부대낀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게 없다. 그날이 그날이고 그날이 그날이다. 그러면서 아프고 속상하고, 섭섭하고 분하고, 서럽고 원통하고……. 그렇게 저렇게 신앙생활도 하고 있다. 주일날 교회에 나와서 주일예배 한 시간 드릴 수 있음이 이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교회생활이다. 그 이상 더 무엇을 하기도 어렵고,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하여 그냥 이렇게 있기를 수십 년째이다. 물 흐르듯 흐르는 일 뿐이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도 가만히 살펴보면 필요한 모든 일은 항상 있다. 요란 떨지 않고 서두르지 말고, 스스로 실족하지 않음이 참 중요하다. 유난스럽게 나댄다고 하여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함으로 일이 그르쳐지기보다, 하지 않음으로 모든 일을 이루어감을 배워야 한다.

나는 그저 여기 이렇게 있음을 배우고 익히고 깨닫고 즐거워하며 오늘까지 왔고, 또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 무위도식이라 욕먹을지 모르겠으나, 무위가 유위임을 어쩌랴……! 지난 십여 년 간 교인들하고 어울리면서 일찌감치 배워놓은 게 이것이다. 물 위에 배만 제대로 띄워놓고 있으면 흐르는 물이 배를 데려간다.

우리 교회 교인들 가운데는 늙으신 분들이 많다. 자녀들은 다 어디론가 떠나가 있다. 젊어서 남의 집에 어떻게 어떻게 들어와서는 낳지도 않은 남의 자식 곱게 키워놓고 자신은 혼자 남아 빈집이나 지키며, 자신의 빈 인생을 허리춤에 차고 여생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안쓰럽고 딱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늙고 낡고 그렇게 되었다. 여기에다 아프고 다치고 하면 정말 답답하고 착잡하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 해서 뭘 얼마나 할 수 있기나 하는 것일까……? 그저 같이 가는 것이다. 그런저런 아픔을 서로 속으로 속으로만 삭이고 곰삭이면서, 물끄러미 젖은 눈으로 바라다보며 차라리 허허허! 하면서 함께 지내는 것이다. 은밀히 계시면서 은밀한 중에 보시고 은밀하게 함께 하시며 역사하시는, 은밀하신 하나님을 앙망함만이 우리의 위로이며 소망이며 믿음의 기쁨이다.

여럿이 한 자리에서 저마다 뭔가 간절한 내용으로 부르짖는 새벽기도회 자리에서, 그만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응어리에 못 이겨 소리 지르며 흐느끼는 아주머니―“주님! 보시지요? 들으시지요? 저 믿음대로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네……? 주님, 이런 자의 주님이 되어주실거죠?” 화장지를 길게 풀어 갖고 가서는, 눈물을 씻어드리고 젖은 손을 잡아주고 그냥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이렇게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무엇이 되어보려 ‘됨’도 아니고, 어떤 것을 해보고자 ‘함’도 아닌 그저 더불어 함께 있는 ‘있음’으로! 눈물겹도록, 오늘도 내일도…….(월간 <홀씨> 200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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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0 - 11:04
LAST UPDATE: 2003.07.10 -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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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Simple view말 한마디가 중요하더군요. 임규일 2003.09.26 924
80Simple view또 한번 해보는 소리 ^^ 임규일 2003.09.16 924
79Simple view종은 종님!이 아니고, 종놈!이 맞습니다. 임규일 2003.09.03 603
78Simple view아가들은 태어나고....! 임규일 2003.08.23 825
77Simple view가을이 오는군요....^^ 임규일 2003.08.17 736
76Simple view달빛 가운데 서다. 임규일 2003.08.15 665
75Simple view고마운 이야기들...!! 임규일 2003.08.05 693
74Simple view☞ 고마운 이야기들...!! 장 준호 2003.08.27 559
73Simple view날 더운 여름날  짭쪼르르한 이야기 ^^ 임규일 2003.07.30 714
72Simple view 죄송한 고백 임규일 2003.07.25 649
71Simple view헷갈리는 목사. 임규일 2003.07.19 852
70현재 읽고 있는 글입니다.이렇게 여기 있음만으로…… 임규일 2003.07.10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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