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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락의 역사읽기 성서읽기 :::

Name	김창락 (http://mindlle.com)

Subject	평화: 어찌할 것인가?

[아래 글은 한국기독교장로회 홈피(www.prok.org)에서 마을지기가 옮겨 왔습니다.]

산상설교의 팔복선언 가운데 첫째와 마지막 여덟째는 바야흐로 도래할 하나님 나라의 주민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한다. 둘째에서 여섯째까지는 현재의 비참한 처지가 역전되거나(슬픔 → 위로; 주리고 목마름 → 배부름) 마땅한 보상을 받음으로써(온유함 → 땅을 차지함; 자비함 → 자비를 받음; 마음이 깨끗함 → 하나님을 봄) 하나님의 백성이 개인적으로 누릴 복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일곱째 복은 특이하다. ‘하나님의 아들들’은 구약성서에서 때로는 ‘천사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주로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을 뜻했다(신 32:6; 호 1:10). 신약성서에서는 새 시대의 주인공(마 5:44-45) 또는 참 인간(롬 8:19)을 뜻한다. 성차별적 표현을 피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자녀들’,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곱째 복은 하나님의 자녀들, 하나님의 백성이 될 자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 나라의 주민과 동의어이다. 누가 하나님 나라의 주민이 될 것인지는 첫째와 여덟째 복 선언에서 말했다. 일곱째 복 선언은 하나님 나라 주민이 될 사람의 의무/사명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일곱째 복 선언에 제시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필자가 독일에 가서 맨 첫 학기 지도교수의 세미나 수업 셋째 날쯤이었다. 그 때에 스웨덴 신학자 C교수가 독일에 방문 중이었다. 지도교수가 자기 친구인 C교수를 세미나에 초청하여 특별 강의를 부탁했다. 그가 한 시간 내내 강의한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팔복 선언의 일곱째 복 선언에 나오는 ‘에이레네포이오이’라는 낱말을 ‘평화를 유지하는 사람들’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 낱말은 ‘에이레네’(=평화)와 ‘포이오이’(=만드는 사람들)의 합성어이다. ‘에이레네포이오이’는 무엇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가? 이 의미를 밝히는 것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먼저 여기에 사용된 ‘에이레네’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에 들어 있는 ‘만들다’라는 동사가 ‘평화’라는 명사를 목적어로 삼는 경우에 무엇을 뜻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손쉽게 직역해서 사용하는 식으로 ‘평화를 만들다’라는 표현이 어법상으로 타당한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1. ‘평화’냐 ‘화평/평안/평강’이냐?

신약성서에 ‘평화’를 뜻하는 헬라어 낱말 ‘에이레네’(eirene)가 92회 사용되었다. 영어 성경 AV(=KJV)는 이것을 peace로 89회 번역했다. 단지 3회만 다른 낱말을 사용하여 번역했는데 한 번은 행 7:26에서 싸우는 사람을 화해시켜 하나가 되게 했다는 뜻으로(set at one), 다른 한 번은 행 9:31에서 안정을 누렸다는 뜻으로(had rest), 또 다른 한 번은 행 24:2에서 태평/평안을 누린다는 뜻으로(enjoy great quietness)로 번역했다. 마지막 두 경우도 나머지 모든 영어 번역본 성서들은 peace를 사용하여 번역했다(NEB, NRSV, NIV, NASB, NAB, JBE, TEV, CEV 등등). “강한 자가 무장을 하고 자기 집을 지킬 때에는 그 소유가 안전하다”(눅 11:21)라는 구절에 사용된 ‘안전하다’(=en eire?e?를 to be safe로 번역하거나(NEB, NRSV, NIV, NAB, TEV, CEV) 또는 to be undisturbed로 번역하기도 했지마는(NASB, JBE) 몇몇 성경은 이 어구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peace를 사용하여 to be in peace로(AV, Rheims) 또는 to be at peace and to be secure (Amplified Bible)로 번역했다. 그러니까 헬라어 eirene라는 낱말을 영어로 번역할 때에 거의 기계적으로 peace라는 낱말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 말 성경은 이 eire?e偏遮?낱말을 번역할 때에 ‘평화/화평/화친/화목/화해/평안/평강/안정/안전/태평/무사/안심’ 등등의 여러 가지 낱말로 번역했다. 헬라어 eirene와 영어 peace라는 낱말이 문맥에 따라서 우리말의 이 여러 가지 낱말이 뜻하는 함의를 나타낸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말 성경이 eire?e片?문맥에 따라 그 의미를 구분하여 이오 같은 여러 가지 낱말로 번역한 것이 과연 원어의 의미를 살려 내는 데 기여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말 〈개역〉(〈개역 개정판〉)도 이 점에는 〈개역〉과 비교해서 변함이 없다)은 신약성서 전체에서 단지 세 곳만 ‘평화’라는 낱말을 사용하여 번역했을 뿐이고(눅 2:14; 19:38,42), 약 20회는 ‘화평’으로, 약 37회는 ‘평강’으로, 약 25회는 ‘평안’으로 번역했으며 ‘안전’, ‘화친’, ‘화해’, ‘화목’, ‘태평’으로 각각 1회 씩 번역했다. 〈개역〉은 ‘평화’라는 낱말을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한 것과 대조적으로 ‘평강’이라는 낱말을 많이 사용했다. 이와 달리 〈공동〉, 〈200〉, 〈표준〉은 ‘평강’으로 번역된 곳을 모두 ‘평화’로 고쳐서 번역했고 일상적인 인사말로 사용되는 ‘평안’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 ‘평화’로 바꾸어 번역했으며, ‘화평’도 ‘평화’로 바꾸어서 번역한 곳이 많다. 신약성서의 eirene라는 낱말을 영어로 peace로 번역한다든가, 우리말로 ‘평화’로 번역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완전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말에서 ‘평화’라는 개념과 ‘평강/평안/화평’이라는 개념 사이에는 엄청난 의미의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화평’: 1) 마음이 기쁘고 평안함. 2) 나라 사이가 화목하고 평화스러움.

‘평강’=‘평안’: 무사히 잘 있음. 걱정이나 탈 되는 일이 없음.

‘평화’: 1) 평온하고 화목함. 2) 전쟁이 없이 세상이 평온함.

‘평온’: 고요하고 안온함.

‘안온’: 고요하고 편안함.

‘편안’: 1) 무사함 2) 거북하지 않고 한결같이 좋음.

그런데 ‘화평’이라는 낱말은 나라 사이의 관계라든가 어떤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 없을 경우에는 주로 1번 의미로 사용되며 ‘평화’라는 낱말은 전쟁의 반대 개념이기 때문에 주로 2번 의미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평/평강/평안’은 개인 차원에서 무사히 걱정 없이 잘 지내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화평’은 특히 심적 상태를 서술하는 데 사용된다. 외적으로 삶의 조건이 열악하고 질병이나 박해 등으로 인하여 신체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라도 화평을 누린다면 그것은 그의 마음이 기쁘고 평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뜻한다. 신약성서에 사용된 eirene라는 낱말의 대다수를 ‘화평/평강/평안’으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한가?

신약성서의 eirene는 구약성서의 히브리어 ‘샬롬’(shalom)을 번역한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샬롬’은 일상생활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에 안부를 묻거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말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 신약성서에서도 eirene라는 낱말이 그러한 의미로 사용된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다(막 5:34; 눅 2:29; 7:50; 8:48; 행 16:36; 고전 16:11; 약 2:16). 이 밖에 eire?e彭?세속적인 일상적 용어로 사용된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안전’(눅 11:21; 살전 5:3), ‘화친’(눅 14:32), ‘평안/안정’(행 9:31), ‘화해’(행 7:26), ‘화평’(히 12:14; 벧전 3:11; 계 6:4), ‘태평’(행 24;2), ‘화목/화친’(행 12:20) 등등이다.

신약성서의 eirene를 번역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경우는 그것이 그리스도교의 종말적 구원의 내용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을 때이다. 천군 천사의 입을 빌어서 누가복음 기자는 예수의 탄생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눅 2:14) 예수의 탄생을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선포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서기 1세기는 이른바 ‘로마의 평화’(pax Romana)를 구가하던 시기이다. 예수의 탄생을 평화의 사건으로 선포하는 것은 ‘로마의 평화’라는 것이 거짓 평화임을 폭로하는 셈이 된다. 또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 뒤따르던 제자의 무리가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하늘에는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는 영광!”(눅 19:38)이라고 외쳤다. 이것은 눅 2:14와 한 짝을 이루는 것인데 바야흐로 예수께서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으로 등극하심으로써 종말적 구원의 내용인 그 평화가 실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늘에는 평화”라는 말은 하나님이 하늘에 예비해 두신 바로 그 평화를 바야흐로 인간에게 부어주시리라는 기대를 나타낸다. 우리말 ‘평화’라는 낱말이 신약성서의 종말적 구원의 내용을 표현하는 데 완벽하게 적절하지는 못하다 하더라도 ‘화평/평강/평안’ 등등의 낱말보다는 훨씬 더 낫다. 왜냐하면 ‘평화’의 개념에는 ‘화평/평강/평안’ 등등의 함의가 내포되지마는 ‘화평/평강/평안’ 등등의 개념은 ‘평화’라는 의미를 내포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 10:36에서 베드로는 나사렛 예수가 선포하신 내용을 ‘평화’라는 낱말을 사용하여 표현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씀을 보내셨는데,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평화를 전하셨습니다(preaching peace, euaggelizomeno" eirhnhn). 예수께서는 스스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마 10:34)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다. 도리어,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눅 12:51) 이 두 말씀은 똑 같은 것을 나타낸다. 그것은 예수께서 평화를 주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씀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그러한 값싼 하찮은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씀이다. 진정으로 예수는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오셨다. 그렇지만 그 평화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칼 또는 분열의 아픔을 겪고서 얻을 수 있는 평화이다. 여기서 ‘칼’은 낡은 것 또는 잘못된 것을 제거하거나 단절하는 것을 상징한다. ‘분열’은 예수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일을 두고 심지어 가족들 사이에도 갈라지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예수께서는 그의 제자들을 선교 여행에 파송하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다. “다니면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여라. 앓는 사람을 고쳐주며, 죽은 사람들을 살리며,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어라.”(마 10:7-8) 제자들의 활동 내용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하늘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것과 질병이나 귀신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를 또 다시 하나로 묶어 요약하자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이어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 고을이나 아무 마을에 들어가든지, 거기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서, 그 곳을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 있어라. 너희가 그 집에 들어갈 때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래서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알맞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있게 하고, 알맞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되돌아오게 하여라.”(마 10:11-13) “평화를 빈다고 인사 하여라”는 원문에는 “그 집에 인사 하여라”이다. 그 당시에 유대인들은 “샬롬” 하고 인사를 했으니까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 하여라” 라고 인사말의 내용을 보충하여 번역할 수 있다. 이것은 그 다음 줄에 ‘평화’라는 낱말이 두 번 연달아 나오는 것과도 일치한다(평행절인 눅 10:5에는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하고 말하라고 지시하셨다). 사람을 만날 때에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한다는 것은 유치원 입학 이전 어린이도 다 알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 중의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예수께서 제자들을 선교여행에 파송하시면서 그들에게 지시하시기를 어느 집에 들어갈 때에 그 집에 인사할 것을 명하셨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예절 교육을 시켰다는 것을 뜻하는가? 그럴 수 없다. 제자들이 건네는 인사말은 유대 사람의 관례대로 “(당신에게) 평화(를 빕니다.)”이다. 그런데 예수의 제자들이 건네는 이 인사말은 단순히 상대편의 고막을 한 번 울리고 사라져버리는 겉치레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평화를 가져오는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제자들은 예수가 베푸시는 평화를 나누어주는 바로 그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인사말은 의사 전달을 하는 행위가 아니라 바로 그 말의 내용이 현실이 되게 하는 언어사건(Wortereignis)을 실행하는 행위이다. 제자의 입에서 나온 그 ‘평화’라는 말은 단지 개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물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말은 공기 중에 음파를 한 번 일으키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이 그 평화를 받아들일 자격을 갖추었으면 그 사람의 소유물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말한 사람이 그것을 도로 거두어들여야 하는 그러한 것이다. ‘평화’는 예수께서 주시는 종말적 구원의 내용을 지칭한다.

에베소서는 예수께서 하신 일의 내용과 예수가 어떤 분이신지를 ‘평화’라는 낱말을 사용하여 가장 적확하게 표현했다.

14.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 된 것을 없애시고, 15. 여러 가지 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습니다. 그분은 이 둘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들어서 평화를 이루시고, 16.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셨습니다. 17. 그분은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분에게 평화를 전하셨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평화를 전하셨습니다. 18. 이방 사람과 유대 사람 양쪽 모두,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19. 그러므로 이제부터 여러분은 외국 사람이나 나그네가 아니요, 성도들과 함께 시민이며 하나님의 가족입니다.(엡 2:14-19)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오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을 뜻한다. 이 말 속에는 ‘로마의 평화’를 내세우는 로마 황제가 평화를 가져다주는 장본인이 아니라는 비판이 함축되어 있다. 그 당시의 세상은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라는 두 부류의 사람들로 갈라져 있었다. 그 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담이 가로 놓여 있었다. 그것은 유대교의 율법이었다. 그리스도는 그 둘 사이를 가르는 바로 이 담을 허물어 버리고 그 둘을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들어서 평화를 이루신 분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각각 이방 사람과 유대 사람을 지칭한다. 그리스도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똑 같이 평화를 전하셨다. 그 결과는 이 양쪽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되어 하나님께 나아가서 하나님과 화해하게 된 것이다. 화해는 소외, 차별, 원수된 것을 철폐하는 데서 비롯된다. 소외와 차별의 철폐는 기득권이나 특권의 포기를 뜻한다. 평화는 갈라져서 서로 원수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하나로 묶는 것과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는 바로 이 평화를 가져오신 분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시다. 예언자 이사야는 장차 출현할 메시야 왕이 ‘평화의 왕’으로 불릴 것이라고 예언했다(사 9:6). 스가랴는 메시야 왕이 이방 민족들에게 평화를 전할 것이라고 예언했다(슥 9:10).

요한복음 기자는 다른 어느 복음서 기자보다도 더 생생하게 예수를 평화 수여자로 그렸다. “나는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라.”(요 14:27) 예수가 주시는 평화와 세상이 주는 평화가 다르다는 것은 세상이 주는 평화는 물질적, 육신적인 것이고 예수가 주시는 평화는 정신적, 심적인 것이라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세상이 주는 평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가짜 평화이고 예수가 주시는 평화는 궁극적인 참된 평화라는 것을 뜻한다.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말한 것은,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 15:33) 우리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박해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예수가 세상을 이기셨다는 사실은 우리가 예수 안에서 평화를 얻는다는 것을 담보해 준다. 부활하신 예수가 제자들을 만나실 때에 평화의 인사말을 건네셨다(눅 24:36; 요 20:19,21,26). 요한복음에는 이것이 특별히 세 번 기록되어 있다. 아무리 모든 일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대하소설이라 하더라도 주인공이 일상적인 인사말을 건넨 것을 일일이 기술하지는 않는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러한 인사말을 하셨다는 예수는 이제 평화를 직접 수여하시는 분으로 등장하셨다는 것을 뜻한다. 예수는 단순히 평화의 인사말을 하신 것이 아니라 평화라는 실물을 실제로 나누어 주셨던 것이다.

신약성서 서신의 서두에는 발신인이 수신인에게 보내는 인사말이 들어 있다. 그것은 간단히 요약하면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롬 1:7; 고전 1:3; 고후 1:2; 갈 1:3; 엡 1:2; 빌 1:2; 골 1:2; 살전 1:1; 살후 1:2; 딤전 1:1; 딤후 1:2; 딛 1:4; 몬 1:3; 벧전 1:2; 벧후 1:2요이 1:3; 유 1:2; 계 1:4). 또 서신 결미에 이와 비슷한 인사말을 붙이기도 했다(롬 15:13,33; 엡 6:23; 빌 4:9; 골 3:15; 살후 3:16; 요삼 1:14). 이 인사말은 히브리 식 인사말과 헬라 식 인사말을 혼합하여 새로운 그리스도교 식 인사말로 정착된 것이다. 은혜와 평화의 출처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로 명시되었다. 이 은혜와 평화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내린다. 즉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는 이 은혜와 평화를 내려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은혜와 평화는 종말적, 신적 선물이며 그리스도인들은 종말에 얻을 이 선물을 맛보기로 지금 부분적으로 선취한다.

‘복음’은 예수의 선포를 요약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마 4:3; 9:35; 24:14; 26:13; 막 1:14,15; 8:35; 10:29 등등). 그런데 ‘평화’는 다시 이 복음의 내용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평화의 복음’(엡 6:15)이라는 표현은 평화가 복음의 내용임을 나타낸다. 즉 그것은 ‘평화를 이루는/수여하는 복음’을 뜻한다. 엡 2:17과 행 10:36에 ‘평화’라는 낱말이 ‘복음을 전하다’(=euaggelizomai)라는 동사의 목적어로 사용되었다. 이것은 ‘평화’가 복음 선포의 내용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구약성서의 ‘언약’(=계약)은 신약성서 ‘복음’에 대응한다. 구약성서에 ‘평화의 언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평화가 언약이 지향하는 내용임을 나타냈다(사 54:10; 겔 37:26; 말 2:5). 이사야와 나훔은 ‘복음(=기쁜 소식, 좋은 소식, 복된 소식,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것’과 ‘평화를 전하는 것’을 병행대구 형식에서 동일시했다(사 52:7; 나 1:15).

하나님은 종말적 구원을 이루시는 주동자이시다. 그런데 이 하나님을 묘사하는 데 ‘평화’라는 용어가 여러 번 사용되었다. 하나님은 바로 ‘평화의 하나님’이시다(롬 15:33; 16:20; 빌 4:9; 살전 5:20; 살후 3:16; 히 13:20). 이 표현은 하나님은 평화를 이루시는/수여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뜻한다. 구약성서에는 “여호와 샬롬”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삿 6:24) 그것은 “여호와는 평화이시다”를 뜻한다.

2. ‘평화’란 무엇인가?

독일에서 어린이들이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의 전람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여기에서 평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너무나 고갈되어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한다. 모든 어린이들이 전쟁의 비극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으며 또 그림으로 잘 그려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거의 마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기껏해야 평화를 전쟁의 반대 개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평화 그림으로는 국경 지대의 경비병, 철조망, 파괴된 다리 위로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가 날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 정도였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평화의 그림을 채우라고 하면 우리는 무엇을 그려 넣을 것인가?

발로리는 프랑스 남부의 이름 없는 한 작은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 마을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 마을의 성당 벽에 피카소가 그려준 그림 때문이었다. 피카소는 이 성당 내부의 삼면 벽에 그림을 그렸다. 왼쪽 벽에는 전쟁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고, 오른쪽 벽과 정면 벽에는 각각 평화와 세계 평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우리의 관심을 가장 끄는 것은 오른쪽 벽의 그림이다. 여기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 하늘에 노란색 태양이 떠 있다. 태양은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의 여러 가지 색들을 들러 싸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태양은 빛과 열과 생명의 원천이다. 태양이 빛과 열과 생명을 발할 때에 무색(無色)이다. 그러나 그 무색은 아무 색깔이 없는 무색이 아니라 갖가지 모든 색들을 포섭하여 자기 안에 간직한 통일체로서의 무색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가치’‘사상’‘이념’들이 혼재하면서도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에 생명력이 충일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정원에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린 과일 나무들이 서 있다. 이것은 의식주의 풍요로움은 평화로운 삶의 필수조건임을 상징한다. 안방에는 아기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이 아기가 만끽하는 평화보다 더 큰 평화가 어디 있겠는가? 마당에서는 여인들이 알몸으로 피리를 불면서 춤을 추고 있다. 그들은 아무 제약 없이 삶의 기쁨을 구가한다. 말의 양어깨 죽지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이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환상의 세계가 무한대로 펼쳐지는 것을 상징한다. 아이는 어항 속에서 새들이 헤엄쳐 다니며 새장 속에서 물고기들이 날아다니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놀고 있다. 이것은 어떠한 고정 관념에도 얽매임 없이,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상징한다.

먼저 구약성서에서 평화에 대한 그림을 찾아보자.

보아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한다.
…
사람들이 제 손으로 지은 집에 살겠고
제 손으로 가꾼 포도를 따먹으리라.
제가 지은 집에 남이 들어와 사는 것을 보지 않겠고
제가 가꾼 과일을 남이 따먹는 것도 보지 아니하리라.
…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나
서로 해치고 죽이는 일이 없으리라(사 65:17-25).
(착취와 폭력에서 해방된 삶)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염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누우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 뗀 아이가 살모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사 11:6-8).
(인간과 동물계 사이에, 동물과 동물 사이에 해치는 일이 없는 세계)

성서에서 평화는 단순히 비전쟁 상태만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다. 평화는 인간이 개체로서 또는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 그의 본래적 생명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그러한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부당하게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생명이 억압당하는 것과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

주님께서 미디안을 치시던 날처럼,
그들을 내리누르던 멍에를 부수시고,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통나무와
압제자의 몽둥이를 꺾으셨기 때문입니다.
침략자의 피 묻은 군복이 모두 땔감이 되어서,
불에 따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아기가 우리를 위해 태어났다.
…
그는 우리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
그의 이름은… ‘평화의 왕’이라고 불릴 것이다.
그의 왕권은 점점 더 커지고
나라의 평화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
이제부터 영원히,
공평과 정의로 그 나라를 굳게 세울 것이다(사 9:5-6).

너의 아들들은 모두 야훼의 제자가 되고
크나큰 평화를 누리리라.
네가 정의 위에 튼튼히 서서 온갖 압박에서 풀려나리니,
두려워할 일이 없으리라.
온갖 공포가 사라져
너에게 닥쳐오지 아니 하리라(사 54:13-14).
(억압·공포 제거, 공평·정의 지배)

구약성서는 정의와 평화가 불가분리적으로 맞물려 있음을 반복해서 증언한다.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시 85:10)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라.”(시 85:13)
“정의가 꽃피는 그 날에 저 달이 다 닳도록 평화 넘치리라.”(시 72:7)

‘정의’란 무엇인가? 구약성서에서 정의는 추상적 도덕규범이 아니라 약자의 빼앗긴 권리를 회복해 주는 것이다.

나 주가 말한다.
너는 유다 왕궁으로 내려가서, 그 곳에서 이 말을 선포하여라.
너는 이렇게 말하여라.
“다윗의 보좌에 앉은 유다의 왕아,
너는 네 신하와 이 모든 성문으로 들어오는 네 백성과 함께
주가 하는 말을 들어라.
너희는 공평과 정의를 실천하고,
억압하는 자들의 손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여 주고,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말며,
이곳에서 무죄한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지 말아라.” (렘 22:1-3)

백성에게 평화와 정의를 안겨주어라.
백성을 억압하는 자들을 쳐부수고
약한 자들의 권리를 세워주며
빈민들을 구하게 하소서.
…
정의가 꽃피는 그 날에
저 달이 다 닳도록 평화 넘치리라.
…
그는 하소연하는 빈민을 건져 주고
도움 받을 데 없는 약자를 구해주며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가난에 시든 자들을 살려주며
억울한 자의 피를 소중히 여겨
억압과 폭력에서 그의 목숨 건져 주리이다
(시 72:3-14).

불의는 평화의 최대 적이다. 전쟁은 가장 직접적으로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전쟁과 평화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일상용어에서는 ‘전쟁의 종식’ 또는 ‘비전쟁 상태’를 평화가 도래 했다거나 평화가 지배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구약성서는 비전쟁 상태와 평화를 단순히 등식화 하지 않는다. 만일 비전쟁 상태가 곧 평화라는 논리에 사로잡히게 되면 평화유지라는 명분 현재 상태의 불의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현상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평화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신학에서는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해방신학: “평화라는 것은 인권의 최대한의 실현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독일 개신교연합: “사회 정의를 희생한 바탕 위에 비전쟁 상태로서의 평화는 기독자가 봉사해야 할 평화일 수 없다. … 평화는 전쟁과 관련된 고통, 희생 그리고 끔찍스러운 일들을 방지하는 것만이 아니다. 평화는 또한 고통과 불안과 위험의 극복을 뜻하며, 권리 및 정의의 침해의 극복을 뜻한다. 권리 및 정의의 침해는 갈등에서 발생하며 또는 갈등으로 이끌어 간다.”

WCC: “우리는 불의한 평화를 용납할 수 없음을 인식한다. 우리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최근 식민지주의의 불의한 평화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방해하는 불의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하여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잔인한 힘을 남용하는 체제, 고문, 살인, 대량학살 등은 부정의(不正義)이다. 인종차별, 남녀 불평등, 지배와 착취, 욕심과 군사주의는 기독교인이 추구하는 평화를 저해한다.”

“우리는 행동의 합법성을 문제 삼아야 한다. 변혁을 위한 행동은 법과 질서의 문제에 직면한다. 권력이 부도덕을 합리화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할 경우에 기존 법과 질서는 더욱 문제시 된다. … 부정의가 법에 의거하여 정당화되고 있다면, 인권을 근거로 해서, 그리고 억압당하는 자들의 일반적인 동의에 근거하여 불법적 행동까지 감행할 수 있다.”

“구원이란 사람들이 행하는 착취에 항거하여 경제적 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다. 구원이란 인권에 대한 정치적 억압에 항거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다. 구원이란 인간소외에 항거하여 소외된 무리와 연대성을 갖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다. 구원이란 개인의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절망에 항거하여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다.”

제 2 바티칸 공의회: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 세력 간의 균형유지만도 아니며, 전제적 지배의 결과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평화는 정의의 실현이다. … 항상 더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실현해야 할 그 질서의 현실화가 바로 평화이다.”

정의 없는 평화는 공허하고 평화 없는 정의는 맹목이다. 정의를 희생한 바탕 위에 유지되는 ‘질서’라는 이름의 평화는 기득권자들만을 위한 불의한 평화이며 사실은 평화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정의로운 평화를 구현하기 위하여 예언자적 비판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3. 평화 이루기 / 평화 이룩하기 / 평화 만들기?

우리말 성서들은 마태복음 5장 9절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구역> “화목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를 하나님의 아들들이라 일컬을 것이요”
<개역>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새번역>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아들이라 부르실 것이다.”
<공동>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의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현대어>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이라 불릴 것이다.”
<표준>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200> “복되어라,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들이라 일컬어지리니.”
<현대인> “화평을 이루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위의 여러 가지 우리말 번역들은 ‘에이레네’라는 명사를 어떻게 번역했느냐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화목’(구역) 또는 ‘화평’(개역, 현대인)으로 번역한 것이요 둘째는 ‘평화’(새번역, 공동, 현대어, 표준, 200)로 번역한 것이다. ‘화목’은 ‘서로 뜻이 맞고 정다움’을 뜻하고 ‘화평’은 1) ‘마음이 기쁘고 평안함’ 2) ‘나라 사이가 화목하고 평화스러움’을 뜻한다. ‘화목’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정다운 관계를 뜻한다면 ‘화평’은 주로 나라와 나라 사이에 전쟁이 없이 잘 지내는 상태를 뜻한다. ‘화평’은 또한 기쁘고 평안한 개인적 심적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물론 소중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화목’과 ‘화평’은 궁극적 구원의 내용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성서적 ‘에이레네’의 의미를 다 포섭하지는 못한다. 성서적 ‘에이레네’는 소극적으로는 억압, 착취, 차별, 소외 따위의 모든 불의와 불편, 질병, 슬픔, 고통, 갈등, 분쟁, 전쟁 따위의 갖가지 해악이 제거된 상태에서, 그리고 적극적으로는 정의, 진리, 사랑의 바탕 위에서 생명이 개인적, 사회적, 국제적, 생태계적 차원에서 충일하게 발현하는 그러한 포괄적 과정을 뜻한다. 이러한 것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낱말은 우리말에만 없을 뿐 아니라 영어에도, 독일어에도, 세계 어느 나라 말에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말에서 ‘화목’, ‘화평’, ‘평화’라는 세 낱말은 의미상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화’가 ‘화목’이나 ‘화평’보다는 외연(外延)이 더 크기 때문에 마 5:9의 번역에 ‘평화’라는 용어를 채택하는 편을 일단 지지할 수 있다.

여기에 다시 ‘평화’를 채택한 우리말 번역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새번역, 공동, 현대어)이고 둘째는 ‘평화를 이루는’(표준) 또는 ‘평화를 이룩하는’(200)이다. ‘평화를 위해서 일한다’는 경우의 ‘평화’는 현재 존재해 있는 평화를 가리키는지 장차 이루어내야 할 평화를 가리키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평화운동가로서 직접적으로 평화운동에 투신하는 것만을 지칭하는지 평화운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모든 활동까지도 지칭하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러한 여러 가지 의미를 다 내포하는 것이 장점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를 이루다’와 ‘평화를 이룩하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말 사전에 제시된 뜻풀이에 근거하여 ‘이루다’와 ‘이룩하다’의 의미를 분간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우리는 이 두 동사의 용례를 가지고 그 차이를 분간할 수 있다. 먼저 명백하게 차이를 드러내는 것부터 다루어 보자. “수분과 당분은 수박의 주성분을 이룬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었다.” “그 곳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한 개비 성냥불로 번진 불이 불바다를 이루었다.” 위의 예문에서는 ‘이루다’를 ‘이룩하다’로 절대로 대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룩하다’라는 동사는 반드시 그 행위의 주체를 주어로 취하는 데 반해서 ‘이루다’라는 동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요소를 주어로 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루다’라는 동사의 주어가 행위의 주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한국팀은 월드컵 4강의 꿈을 이루었다.” “그는 고생 끝에 그의 포부/야심을 이루었다.” “누구든지 자기 이상(理想)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는 그의 사명을 다 이루고 돌아왔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의무이다.” 위의 예문에 사용된 ‘이루다’라는 동사는 사유 속에 존재하는 것을 현실 속에 실현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경우의 ‘이루다’를 ‘이룩하다’로 대치해서는 안 된다. ‘이루다’라는 동사는 그 목적어 속에 내포된 관념적인 것을 현실태(現實態)로 만들어내는 것을 뜻하는 데 반해서 ‘이룩하다’라는 동사는 그 목적어 자체를 이루어내는 것을 뜻한다. “유대인들은 황무지에 옥토를 이룩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큰살림을 이룩했다.” ‘정부는 어느 지방에 새 행정 수도를 이룩하려고 한다. “고대에 우리 민족은 만주 벌판과 한반도에 거쳐서 나라를 이룩했다.” 이러한 경우의 ‘이룩하다’를 ‘이루다’로 대치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그 의미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1) “박세리 선수는 마침내 첫 우승의 소원/꿈을 이루었다.” 2) “박세리 선수는 그의 첫 우승으로 실의에 빠진 고국 국민에게 재기의 희망을 이룩해 주었다.” 3) “자녀들이 합심 단결하여 선친의 유언을 이루었다.” 4) “그는 잠간 의식이 회복된 틈을 이용하여 유언을 이룩할 수 있었다.” 1번 문장에서 생긴 것은 첫 우승이라는 현실이고 2번 문장에서 일어난 일은 고국 국민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3번은 1번과 마찬가지이다. 3번의 결과로 생긴 것은 유언에 적힌 내용이 실현된 것이다. 4번은 2번과 마찬가지이다. 4번에서 생긴 것은 유언장이 작성되거나 유언의 말 자체가 발언된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를 이루다’와 ‘평화를 이룩하다’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아무개가 마침내 그의 ‘소원/꿈/이상/목적을 이루었다’고 하는 말은 그가 ‘소원하는/꿈꾸는 바를, 이상/목적으로 세운/삼은 바를 성취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그의 소원/꿈/이상/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히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도 그가 이룬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가령 그 사람이 운동선수라면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일 수도 있고, 고3 수험생이라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갑오농민전쟁에서 살아남은 무리들은 어느 무인도에 건너가서 ‘민주적 나라/평등한 사회/새로운 삶의 터전을 이룩했다’고 하면 그 말은 그들이 건설한/일구어 낸 것은 바로 민주적 나라/평등한 사회/새로운 삶의 터전 그 자체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이 ‘이룩하다’라는 동사의 목적어는 그 행위의 결과로 생겨나는 결과물 그 자체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평화’라는 개념이 ‘이루다’와 ‘이룩하다’라는 동사의 목적어로 사용될 수 있다면 그 두 경우의 ‘평화’는 동일한 개념일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평화를 이루다’는 말은 ‘평화’라는 이상(理想)/소망/꿈에 속하는/부합하는 어떤 내용(들)/요소(들)를 실현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달리 ‘평화를 이룩하다’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한다면 이 경우의 ‘평화’는 그 동작의 결과물 그 자체를 가리킨다. 즉 ‘평화’라는 실체 그 자체를 이루어낸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평화’ 그 자체를 하나의 총체적 실체로서 경험할 수도, 표상(表象)할 수도, 개념화 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것을 오직 믿음으로 바라며 현실 속에는 단지 부분적으로 맛 볼 따름이다. 그러기 때문에 평화와 관련하여 ‘이룩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하려면 ‘평화를 이룩하다’라고 하기보다는 ‘평화로운 세상/사회/관계를 이룩하다’라고 하는 것이 어법상으로 더 적절할 것이다. 성서에서 구원의 내용으로 약속하는 평화는 종말론적 실체이다. 그것이 완전히 실현되는 때는 종말이다. 그것은 현재로서는 소망(所望)/이상(理想)/꿈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한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그러한 평화의 내용을 단지 부분적으로나마 현실 속에 실현하는 것을 뜻한다. 하나님의 자녀가 될 사람들에게 위임된 사명은 평화라는 하나의 총체적 덩어리 자체를 이루어내는 것(=‘평화를 이룩하다’)이라보다는 종말론적인 궁극적 평화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현실 속에 실현하는 것(=‘평화를 이루다’)이라고 한다면 마 5:9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으로 번역하는 것이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은…’으로 번역하는 것보다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와 독일어 번역본들에서는 마 5:9가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살펴보자. 대다수 영어 성서는 the peacemakers로 번역했다(AV, NEB, NRSV, NASB, NAB, JBE). 그리고 those people who make peace(CEV, Phillips)라는 번역도 이 유형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에서 peacemakers는 ‘화해시키는 사람들’, ‘(갈등, 분쟁 등을) 조정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종전(終戰)이나 정전(停戰) 협상을 하거나 이끌어내는 사람도 peacemakers에 해당한다. 이러한 번역은 평화에 반대되는 부정적인 현상을 종식시킨다는 소극적 의미의 평화를 뜻할 따름이지 평화의 어떤 적극적 의미를 나타내지 못한다. 이와 달리 those who work for peace(TEV), those who strive for peace(the Living Bible)라는 번역에는 적극적으로 평화의 내용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독일어 번역본도 대다수의 영역본과 마찬가지로 ‘화해시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번역했다. 즉 JBD는 die Friedensstiftiger, EIN은 die Frieden stiften, Wilckens는 die Frieden schaffen으로 번역했으며 ZB는 각주 란에 die Friedensstiftiger를 첨가했다. 이와 달리 놀랍게도 ZB와 LB는 die Friedfertigen으로 번역했다. 이 말은 ‘온화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원어의 ‘에이레노포이오이’는 어떤 일을 하는 행위자를 뜻하는데 이와 달리 ‘온화한 사람들’이라는 번역은 원어의 의미를 ‘어떤 성질/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왜곡시켜버렸다.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평화 만들기’라는 새로운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평화를 만들다’라는 표현이 어법상으로 옳은가? 아니다. 우리말에서 ‘만들다’라는 동사는 반드시 가시적인 어떤 물체를 목적어로 취한다. 헬라어에서는 그렇지 않다. 신약성서 전체에서 576회 사용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채찍을 만들다’, ‘하늘과 땅을 만들다’, “옷을 만들다‘, ‘모형을 따라 모든 것을 만들다’ 등등처럼 가시적인 대상을 목적어로 취한 경우는 겨우 15회 정도이다(막 9:5; 요 2:15; 9:11; 행 4:24; 7:40,43,44,50; 9:39; 14:15; 17:24; 히 8:5; 12:13; 계 13:12; 14:7). 그 밖에 거의 대부분은 ‘하다/행하다/수행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약 400회 이상), ‘일으키다/야기하다’라는 의미로 100여회 사용되었다. 영어 번역본 가운데서 AV를 보기로 든다면 이 567회의 ‘포이에오’라는 동사를 do(357회), make(114회), bring forth(14회), cause(9회), commit(9회), work(8회)로 번역했다. 영어에서 make라는 동사는 가시적인 어떤 물체/대상을 만들어내는/제작해내는 것만을 뜻하는 경우보다도 추상적인 것을 목적어로 취하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심지어 가시적인 대상을 목적어로 취하는 경우에도 그 물체 자체를 ‘만들어내다/제작ㆍ제조하다’를 뜻하지 않고 그 물체와 관련된 일을 갖추다/준비하다/마련하다’를 뜻한다. 즉 make tea는 ‘차를 끓이다’를(차 생산업자가 ‘차를 만들다/제조하다’를 뜻하지 않음), make a bed는 ‘잠자리를 보다’를(‘침대를 만들다’를 뜻하지 않음), make money는 ‘돈을 벌다’를(조패공사가 ‘돈을 만들다’ 또는 범죄자가 불법으로 ‘위조 화패를 만들어내다’를 뜻하지 않음), make room for는 아무에게 ‘자리를 양보하다’를(‘방을 만들다’를 뜻하지 않음), make place for는 아무에게 ‘직위를 양보하다’를(‘장소를 조성하다’를 뜻하지 않음) 뜻한다. 추상명사가 목적어로 되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즉 make trouble은 ‘말썽을 일으키다’, make war는 ‘전쟁을 일으키다’, make a sensation은 ‘대평판을 일으키다’, make a great uproar는 ‘큰 소동을 일으키다’, make a fuss는 ‘야단법석을 떨다’, make a good salary는 ‘좋은 급료를 받다’, make one’s fortune은 ‘재산을 모으다’, make a profit은 ‘이익을 얻다’, make a reputation은 ‘명성을 얻다’, make good marks는 ‘좋은 점수를 얻다’, make a joke은 ‘농담하다’, make a speech는 ‘연설하다’이다. 또 영어의 peace는 흔히 반목, 적의, 말썽, 갈등, 분쟁, 전쟁 등이 없는 평온한 관계나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peacemaker는 중재자/조정자/화해시키는 사람’을 뜻하며 peacekeeper는 ‘평화 유지자’ 또는 ‘중재자’를 뜻하고 break the peace는 ‘치안을 방해하다’, maintain the public peace는 ‘공안을 유지하다’, a justice of the peace는 ‘치안 판사’를 뜻한다. ‘평화 만들기’라는 신조어는 영어의 peacemaking, 독일어의 Friedensstifen라는 표현을 모방한 것이라고 하겠는데 그러한 우리말 표현은 영어나 독일어의 그 말이 뜻하는 그것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우리말 어법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4. 평화 이루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의 역사관은 종말론적이다. 역사를 종말론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인류의 궁극적인 구원은 현재의 역사를 끝장내고 모든 것을 전적으로 새롭게 변혁하는 데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 것을 뜻한다. 종말론적 역사관은 기존의 어떠한 것에도, 그것이 아무리 고귀한 것일지라도 절대로 거기에 궁극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은 종말론적 소망의 빛에 비추어서 현재의 모든 것을 상대화 하고 비평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냉소주의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평화운동을 벌이는 그리스도인들은 어항에 금붕어를 기르는 사람에게서 그 지혜를 배워야 한다. 금붕어를 살리려면 반드시 묵은 물을 갈아주어야 한다. 묵은 물을 갈아야 하는 경우에도 묵은 물을 몽땅 쏟아버리고 새물로 채워 넣지 않는다고 한다. 만일 그렇게 하면 묵은 물을 다 빼고 난 뒤에 새물이 채워지기 전까지 금붕어가 물이 없기 때문에 숨을 못 쉬고 죽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금붕어가 갑자기 새로운 환경(=새물)에 적응할 수 없어서 죽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안전하게 물을 갈아주는 방법은 묵은 물을 1/3 정도는 남겨 두고 2/3의 묵은 물만 갈아야 한다고 한다. 물을 갈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 얼마 분량의 물을 갈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에서 나온다.

그리스도인들의 평화운동의 원칙은 첫째로 ‘질서유지/평화유지’라는 명목으로 기존의 불의한 제도나 사회적 관계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을 종말론적 소망에 비추어서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들에게 현재 내려주신 은총을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셋째로 금붕어 기르는 사람이 고도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실현해야 할 평화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지혜에도 귀를 기울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복음의 내용에 대한 성서의 메시지에 부단하게 귀를 기울어야 한다.

약자 해설

AV=Authorized Version
KJV=King James Version
NEB=New English Bible
NRSV=New Revised Standard Version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NASB=New American Standard Bible
NAB=New American Bible
TEV=Today’s English Version
CEV=Contemporary English Version
JBE=Jerusalem Bible in English

DATE: 2005.06.20 - 09:45

그리스도교와 종말론


6	평화: 어찌할 것인가?	6081

5	그리스도교와 종말론	6138

4	‘하나님의 나라’: 그 기원과 해석의 역사	3095

3	민중신학에서 본 칭의론	2997

2	신학 거꾸로 하기―세상 거꾸로 보기	3545

1	제21세기, 제11계명	3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