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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순의 신학과 영성 :::

:::글쓴이 소개:::

Name	이정순

Subject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 순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들은 여름철이 되면 모든 것이 느슨해진다. 다들 휴가로, 여행으로 바쁘다. 대부분의 교회들도 예배를 9시나 9시30분으로 앞당긴다. 더위를 피해 시원할 때 일찍 예배를 드리기 위함이다. 주일학교도 9월초 노동절 휴가가 끝나고 새 학년이 시작될 때까지 방학을 한다. 그야말로 여름철이 되면  교회도 방학에 들어간 기분이다. 유니테리안 교회는 아예 6월부터 8월까지 세 달 동안 교회문을 닫기도 한다. 실용화된 미국 종교의 한 단면이다.
    필자가 목회하는 타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여름을 위한 특별한 전통이 교회 안에 내려오고 있다. 즉 타운 안에 있는 같은 교단 소속 세 교회가 7월부터 9월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한 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려오고 있다. 지난 7월 첫 주는 마침 우리 교회에서 이 연합예배를 주최했다. 세교회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우의를 다지고 연합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성만찬 예식을 통해 그리스도안에서 서로 하나라는 의식을 경험하는 뜻 깊은 예배였다. 필자는 인근 대학 종교학과 교수님을 특별 설교자로 초대했다. 연합예배를 위해 적절한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설교 시간이 되자 다들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인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설교자가 대학 종교학과 교수라 그런지 더욱 시선이 집중 되었다. 그런데 설교가 계속 진행되면서 설교자가 동성연애자에 대해 언급했다. 마침 그 주간에 연합그리스도교회 총회가 아틀란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미국 개신교회 중에서 최초로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지지하는 결의를 했다. 이 분은 이 결의 사항을 사회정의의 실현으로 언급하면서 교회가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차별과 편견 없이 포용할 수 있게 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당을 나갔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예배 후에 알게 되었다. 매우 성실하고 믿음 두터운 우리 교회 교인들이었다.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었다. 동성애자문제에 반발하여 예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음을 확인했다. 동성애자는 죄인들인데 왜 그들을 지지하느냐고 대뜸 항의를 해댔다. 그 날 설교는 설교가 아니었다고 강하게 설교자를 비난했다. 또 동성애자를 지지하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므로 자신들은 이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작은 교회에서 교인이 떠난다는 소리에 목사로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동성애자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필자에게 다그쳐댔다. 성서에 보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합하여 사는 것만이 결혼이며, 동성애자는 여전히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성서에 죄라고 규정한 것을 거역하느냐고 항변했다. 목사로서 참으로 난감했다. 성서를 들이대고 말하니,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하면 성서를 부정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목회적인 입장에서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죄인이라면 양성애자인 우리들도 역시 하느님 앞에서 죄인들 아닌가? 그리고 양성애자들 사이에서 저지러지는 수많은 성범죄와 가정 문제들을 언급했다. 양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사회 안에서 도덕적으로 얼마나 바르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는가? 자기가 가진 신학으로 동성애자들을 비판하든, 아니면 지지하든 간에, 저들이 교회에 온다했을 때 과연 누가 막을 수 있느냐고 역설했다. 또 수천 년 전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고대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쓰여진 문화적인 산물들을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성서에 나오는 일부다처제라든지 가부장제 라든지, 이스라엘 중심의 전쟁이야기 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등의 물음을 제기했다.
   정말 동성애자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평생 동안 주입된 극보수적인 교리가 너무도 확고하여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에게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우리들 신앙의 중심이신 예수는 누구였던가? 예수가 언제 사람 차별했던 적이 있었던가? 예수가 언제 죄인들, 약자들, 병자들, 소외된 자들을 정죄한 적이 있었던가? 예수의 별명은 “세인들과 죄인들의 친구요 먹보요 술주정뱅이”(마태11:19)가 아니었던가? 현재 동성애자들 역시 사회적으로 소수자요 약자임이 분명한데, 예수라면 이들을 어떻게 대하실 것인가 등등의 물음을 던졌다.
    최근 들어 동성애자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주로 인권차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면서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주금씩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 마디로 그들 역시 성적 취향만 다를 뿐 똑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성애자들의 결혼이나 시민적 결합(civil union)을 보장하면서 이성애자들과 똑같이 인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에 캐나다와 스페인이 법적으로 이들을 인정하였다. 미국에서는 연합그리스도교에 이어 지난주에 복음주의 루터교회가 동성애자들을 교회에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 물론 한인교회를 비롯한 보수적인 교회들의 반대가 매우 거세다. 각종 매체를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성애는 죄라고 집단 광고를 내곤 한다.
   정말 동성애 문제를 깊이 연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성애자가 선천적인 문제인지 후천적인 문제인지 조차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과연 전통적인 결혼개념에 혼란을 주고 가정을 파괴시키는 심각한 문제인지, 정말 현대사회에서 죄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 깊이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전통적인 교리와 성서해석에 입각해 일방적으로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저들을 배척하는 시대는 넘어서야 할 것 같다. 또 고대사회의 문화적인 산물과 규정들로 현대사회의 복잡 다양한 문제들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레위기에 나오는 수많은 제의규정들이다. 그것들 배후에 표현된 메시지를 현대에 적절하게 재해석하는 작업이 더욱 다양하게 이루어질 때 동성애자에 대한 문제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의 관점인 것 같다. 과연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열린 마음으로 깊이 생각해 볼 물음이다.

DATE: 2005.10.09 -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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