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프르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전이다. J 목사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J목사는 독일에 온지 11년이고 지난 5월경에 마인즈 대학에서 구약신학으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모는 작고 예쁘다. 딸은 셋인데 이랑 이은 이나다. 내가 그들의 결혼 주례를 서 주었는데 둘 다 신학교 제자다. 순수함을 지닌 제자여서 좋아한다. 그의 가족은 마인즈 대학 가족 아파트에서 사는데 가서 보니 비좁았다. 딸들의 얼굴이나 사모의 모습은 편해 보이는데 삶의 여건은 어렵게 보였다. 그런데 우리의 염려를 떨치게 하려는 듯 앞으로 3개월 동안은 걱정 없이 지날 수 있다고 했다. 점심은 한국 안방에 앉아 먹는 듯 우리 입맛과 짤 떡 궁합이다. 정성이 그 속에 들어 있어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오후시간에 보름스로 가야 함으로 예약한 호텔에 들러 짐을 풀었다. 마침 세무사 시험이 마인즈에 있어서 J박사 집 근처 호텔이 없어 숲 속의 호텔을 정하다 보니 약 15분 거리의 숙소인 것이다. 그가 미리 와서 방을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니 그 정성 고마웠다. 우리는 종교개혁자 루터가 제정의회에서 재판을 받았다는 Worms로 달렸다. 정박사 부부가 앞좌석에 ,우리는 뒷 좌석에 앉았다. 지나 온 이야기며 학위 논문 이야기 등 순서 없이 담화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작은 도시라는 인상인데 도시 중앙에 위치한 성당은 컸고 그 역사 또한 오랜 건물이었다. 성당 내부를 보았는데 화려하기보다 좀 우중충했다는 인상이 내게 남아 있다. 성당 옆에 파란 잔디의 광장이 꽤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거기가 제정의회 건물 부지였다고 하니 건물을 보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었다. 그런데 마틴 루터가 95개조의 논제를 위텐베르크 성문에 붙인 것을 계기로 종교개혁이 시작했는데, 황제와 교회 지도층은 그를 보름스 의회에 호출하고 그의 주장을 철회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루터는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말았다. 그의 최후 진술이 감동적인데 그 말이 동판에 새겨져 그 잔듸 밭에 박혀 있었다. Here I stand! 나 여기 서 있다. 1521년의 글자가 두 줄로 새겨진 동판이다. 일찍 교회사에서 그 재판과 그 명언을 배웠기에 그 현장에 서 있게 되니 감개무량했다. 루터가 보름스에 오는 때 말을 탄 기사들이 루터를 환영했는데 그 기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만일 루터가 교황청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역으로 그들에게 봉변 혹은 살해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루터는 자기 주장을 꺾지 않았기에, 교황청은 그의 사제직을 거두었다. 루터가 사제직을 박탈당한 것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어떤 위해가 루터를 덮칠지도 모른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젠악 바르트브르그(Eisenach Wartburg) 프리드리히 성주가 그를 납치해서 그를 보호했다고 한다.

제정의회의 유적지에 기념관 하나 없이 동판 하나 겨우 있는 것이 이상했다. 잔디밭에 동판이 있을 뿐 그 흔한 종교개혁 기념탑이나 동상이 거기 없었다. 알고 보니 거기가 천주교 땅이라 했다. 그런 사정으로 100 m 떨어진 곳에 마틴 루터 동상이 있었다. 중앙에 루터의 동상이 우뚝 서 있고 양 옆 낮은 위치에는 그를 도와서 종교개혁에 기여한 성주의 상이 그리고 루터의 동상아래에는 쟌 후스가 십자가를 들고 있는 동상이 있다. 모서리에는 멜랑히톤 개혁자의 동상이 서 있다. 그 외 동상들이 있는데 모두 종교개혁을 도운 개혁자들의 동상이 낮은 위치에 둘러 있다. 참으로 보는 것으로도 감사하고 그들의 삶이 존경스러웠다. 거기서 떠나 약 5분 정도 차로 왔는데 음악가 박하의 집(Bachhouse)가 있어 둘러보았다. 그의 동상도 있고 그가 살았던 곳을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외관과 동상을 보고서 마인즈로 돌아 왔는데 저녁은 진 목사댁에서 준비했으니 거기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진 목사 외에 3명의 제자들이 와 있었다. 그들 셋은 모두 하이델베르크 대학 유학생들이다. 목회자 진 목사는 유학 준비과정에서 나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것을 특히 기억해서 보은(?)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그의 사모가 종일 마련한 음식이라 푸짐하고 좋았다. 제자들의 근황을 들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숙소에 왔다.

오랜만에 욕조에서 몸을 담가 보았다. 시원하고 노곤하기도 하지만 내일 일정이 있으니 일찍 잠을 청했다. 우리의 방은 4 층인데 아침 창문을 여니 소나무 숲이다. 날씨 좋았다. 우리는 sun-maker인가 싶게 계속 날씨가 좋은 것이다. 헝가리를 떠나면서 아예 우산을 놓고 온 것은 더욱 잘한 일이 되었다. 아침 식사는 호텔 뷔페에서 했다. 숙박료에 포함된 식사로 식당 분위기도 좋지만 음식이 괜찮았다. 푸짐하고 다양한 아침 메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