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왕복 6시간 거리의 아이젠악의 바르트부르크 성에 다녀오는 코스다. 14일째의 여행이다. 이 성의 기초는 1067년에 투링겐의 백작이 놓았는데 그 후손들이 200년 간 통치하면서 많은 성과 도시들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그 중 바르트브르크 성이 고성(古城)으로서 다른 성들은 이 성을 표본으로 건설되었고 독일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대변한다. 1100에서 13세기까지의 투링겐의 강력한 성주들의 힘을 나타내고 헝가리 왕의 딸 엘리자벹을 기념하는 방과 16세기 마틴 루터 종교개혁자가 10개월 동안 은닉하면서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방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유서 깊은 곳을 가는 길에 프랑크프르트에서 Mr.신을 픽업했다. 마르트브르크에서 유학중이고 역시 신학교 제자다. 그는 불트만이 교수 생활하던 마르크부르크에 우리가 오기를 바랐는데 나는 종교개혁자의 유적이 보고 싶어서 사양하니 그가 우리와 합류한 것이다.

바르트브르크가 성이니까 자연히 높은 산등에 위치했다. 우리는 산등성에 길게 자리 잡은 고풍의 건물과 중간에 솟은 탑을 보면서 힘겹게 올라갔다. 벌써 관광객이 많이 있어 산 속 같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사는 입장권을 구입하고 25명 내외의 관광객과 함께 여성 안내원을 따라 입장을 할 때만 해도 마음대로 일행에서 이탈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은 오산이었다. 성 연회장, 식당, 엘리자베트 방, 기도실, 엘리자벹 화랑, 가요실, 백작 방, 축회장을 차례로 보게 되는데 방마다 문을 잠가 놓고 설명을 하기 때문에 이탈할 수 없었다. 모두 역사적 이야기를 가진 방들이다. 그 중에서 성 엘레자베트 방과 화랑은 우리에게 특별했다. 헝가리 왕의 공주로서 4 살 때 투링겐 백작 집안의 청혼을 받아 이 곳에 와서 살다 14 살 때(1222) 결혼하였다. 그녀의 삶은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병원을 세우는 등 자선사업으로 일관해서 1235년에 성인으로 추대를 받았다. 그런 사연들을 담은 그림들이 화랑에도 걸려 있었다. 가요실에 들어서니 듣기 좋은 음악이 연주되고 축회장은 500명이 모일정도 넓은 방이었다. 일찍 떠나고 싶었지만 억지로 풀코스를 구경했다. 우리가 보고자 한 루터의 방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 있었다. 투터의 초상화가 여럿 걸려 있고 그의 아내의 못 생긴 얼굴도 나란히 걸려 있다. 루터가 사용했던 나무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벽에는 그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그 방은 5평 정도로 짐작되었다. 거기서 그는 1521년 4월부터 1522년 3월 1일 까지 변성명(Junger Joerg)을 하고 은닉한 중에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해서 성서연구와 독일어분야에 공헌을 했다. 어제 우리가 방문한 보름스 제정 의회재판정에서 자기 주장을 철회하지 않아 루터는 교황의 출교와 황제로부터 법적 보호를 박탈당한 후 프레드리히의 주선으로 바르트브르크 성에서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것이고 성서번역의 위업을 완성하였다. 그 곳을 방문한 것은 의미 깊고 잘 왔다는 생각이었다. 돌아오는 고속도가 막혀 예정시간보다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운전한 정 박사는 더 피곤했을 것이나 내색이 없다. 오늘 점심은 오주화 사모가 마련한 도시락으로 해결했는데 저녁도 그 집에서 했다.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