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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숙의 "사과꽃 향기나는 방"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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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구로FM – 이희숙의 산의 향기 –5회 방송...

1009 구로FM – 이희숙의 산의 향기 –5회 방송...

(음악 – 코스모스를 노래함/ 조수미가 노래했습니다.(1:54)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꽃은 한들한들 피어 있는 코스모스라고 할 수 있죠. 무리지어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정말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색색의 선명한 코스모스 꽃잎들이 서로 얼굴을 부비며, 춤추는 가을의 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구로FM 산의 향기를 진행하는 이희숙입니다. 안녕하세요. 10월 9일 574돌 한글날 아침입니다.
오늘은 산 이야기가 아닌,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쓴 편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편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지동 135번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정원에서 썼습니다.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은 1884년,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100년을 기념해, 제가 속한 교단에서 1984년에 건축하였습니다. 이곳은 오래 전, 선교사 사택들이 있던 곳이고, 제가 30년 동안 몸담았던 총회교육부와 총회출판사, 한국장로교출판사가 속한 교단본부가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한국장로교출판사 사무실 건물은 지어진 지 100년 정도 된  빨간 벽돌 2층 서양식 건축물입니다. 당시 선교사 사택들 중 한 동을 남겨 기념하는 건물인데, 우리 교단에서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되고 있습니다. 백주년기념관 안쪽, 입체적이고 원형극장 분위기, 비밀의 정원같은 고색창연한 건물에서 일했던 그때, 이런 배경을 가진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이 편지는 2003년 9월에 쓴 민들레성서마을, 이야기마당, 이희숙의 ‘사과꽃향기’ 글방, 14번째 글입니다.  제목은 ‘쪽빛 가을하늘, 가을이 오면...’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은 쪽빛 가을하늘입니다.
풀벌레소리, 귀뚜라미의 노래가 들리시나요? 지난 여름, 작열하던 태양빛과 초록이 가득했던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정원에,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점점 멀어져 갑니다. 선들바람과 함께 성큼 다가온 9월,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합니다.
  아직도 매미들이... 맴맴 매애앰...ㅁ...앰애므... 7일간의 생명이지만... 7일을 노래하기 위해 7년을 땅 속에서 기다린 생명, 그래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감사하며, 기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열린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맴맴맴 마지막 연주자들의 외침을 들어보세요. "열린음악회의 공연티켓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서두르십시오."
  나는 이렇게, 연극무대에서 역할을 다하고 퇴장하려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열심히 노래하는 매미들의 합창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백주년 뜰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이제 입추가 지나고, 곧 처서가 지나면, 등장인물이 바뀔 것입니다. 무대 분위기도 바뀌고, 연주곡도 달라질테죠... 요즘,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여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젠, 매미 대신 풀벌레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평온함으로 다가옵니다.
  얼마 전, 독일에 여름집회 인도차 다녀온 친구가 찾아와 건네주고 간 사랑의 선물에 감사합니다. 허브차와 비타민 C가 그것입니다. 허브차의 캬라멜 향기가 코끝에 날아와 가슴까지 스며드는 부드러운 향기란!?... 마치 아침안개 피어나는 시애틀의 브레머튼, 해변가 숲속에 황홀하게 서 있던 그 감동, 그대로입니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향기의 선물을 사랑으로 받았습니다. 그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동그란 비타민 C(레몬)의 맛, 그 톡쏘는 맛이란!!!!!! 가을의 꿈속에서 감미로운 바이얼린의 선율과 잘 어우러진 첼로의 연주를 듣다가 화들짝 깨어 다시 여름으로 돌아가게 하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 들으실 음악은 케텔비의 어느 수도원의 정원에서...입니다. British light Classics 앨범에서 들으시겠습니다.(5:38) 백주년 기념관 건물과 분위기가 붉은 벽돌 수도원 같기도 해서 골라보았습니다.

  어릴 적 여름방학 때, 밤에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별을 헤이며 은하수를 건너기도 했고, 낮에는 냇가에서 송사리와 미꾸라지를 잡아 고무신에 넣어두기도 하고, 뚝길을 따라 산자락 시원한 원두막 그늘에 앉아 수박이며, 참외를 깍아 먹던 생각이 납니다. 그동안 매미들의 노랫소리가 시원하고, 감사했는데, 이제는 귀뚜라미와 풀벌레소리를 자장가 삼아 시원한 선들바람에 잠이 듭니다.
  그동안, 7월부터 시작된 무더위에 구십을 바라보시는 아버님의 여름나기가 쉽지 않았어요.너무 지치고, 힘들어 하셔서... 퇴근을 정확하게, 나의 사생활은 없이 곧바로 달려가서 아버님을 돌보느라 몸과 마음이 바빴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통에 저도 몸살을 앓았죠. 한 주일에 한 병씩 링거를 맞으시고, 또 몸보신 음식과 한약재 몇 가지를 계속적으로 달여드렸더니,,, 점점 기력을 회복하시고... 지금은 좋아지셨습니다.
  이렇게 길고 긴 여름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이, 마치 바람 빠진 자전거로 겨우겨우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근교에 나갔다가 초록들판 속에 노랗게 익은 벼이삭들이 물결치는 것을 감상하며, 지난 여름의 시름을 잊고, 절로 행복감에 젖었죠. 또한 친구의 따듯한 방문으로 하나님의 위로를 받고, 내 소식이 궁금하다고 미국에서 친구가 인터넷으로 보내온 쪽지... 까지,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타이어에 가을의 새바람을 탱탱하게 채우고, 페달을 힘차게 밟습니다. 시원한 가을공기를 가르며 신바람 나게 달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가을에 또다시, 하나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실 은총과 예비해 놓으신 축복을 기대하며 가을을 맞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서서 이제 곧 풍성하게 영글어 갈 자연의 열매를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설레입니다. 하나님의 어김없는 멋진 솜씨에 감사하면서... 가을맞이 채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아직, 백주년 숲 속에 덩치 큰나무는 초록잎을 입고 있지만, 조금 더 지나 서리가 내리면, 저는 곧 커다란 노란 우산 속에서 황홀한 가을을 즐기며,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 백주년의 아담한 정원도 노랑, 빨강, 주황, 황갈색, 갈색의 아름다운 물감을 풀어놓겠죠.

여기서 잠시 음악을 듣겠습니다.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가 노래합니다.(3:56)

  구월의 첫 월요일에, 친구가 보내온 14장면의 눈과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가을풍경, 해바라기, 가을단풍, 파란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 가을 들녁의 모임, 파란하늘과 어우러진 하늘하늘 코스모스, 계곡의 흐르는 물, 거기 조약돌.... 가을 정취에 흠뻑 젖게 하였습니다. 안도현님의 시(詩) "구월이 오면"부터 안개 낀 새벽, 단풍짙은 숲속길과 함께 보내온 용혜원 님의 시(詩) "혼자 울고 싶을 때"까지... 이렇게 풍성한 가을선물을 보내준 여러 친구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님으로부터 키스세례를 마구마구 퍼부어 받은 어느 영화 속의 주인공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며, 축복입니다.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무에게 주고,
꽃은 꿀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게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작자미상

  두둥실 둥근 보름달을 보며,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손꼽아보며, 하나님의 사랑과 감사와 은혜가 넘치는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을 며칠 앞 둔 날, 어릴 적 추석명절을 기다리던 설레임을 생각하며...

제법, 선선한 바람이 창을 타고 들어와 볼을 간지럽히는 백주년의 정원에서,
여러분의 사과꽃 향기나는 애플 드림.

이 방송하는 지금은 24절기 중에서, 백로, 추분, 한로까지 지났으니 가을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습니다. 또한 2010년 5월에 사랑하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이사가셨으니, 그 시간도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때의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의 마당에는 원형분수대가가 설치되어 있었고, 바로 위에는 수령이 100년도 넘는 우람한 은행나무가 듬직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양식 고색창연한 선교사 사택과 어우러진 백주년 안쪽마당은, 근처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에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이용하기도 한 운치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은행나무도, 분수대도 사라지고, 최근에 신관,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9층 건물로 총회사무동이 들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가을날에 오랫동안 일했던 한국교회백주년 안뜰, 아련하게 가슴에 떠 있는 별같은 정원을 기억하며, 이수인의 별을 선곡해 보았습니다. 이 음악을 듣고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음악 – 별 / 이수인 곡 / 손순남의 노래로 들으시겠습니다. (2:57)

DATE: 2020.10.11 - 15:51

LAST UPDATE: 2020.10.11 -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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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FM- 6회 방송 - 텅빈 충만함

구로FM 이희숙의 '산의 향기' 4회 방송원고(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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