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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숙의 "사과꽃 향기나는 방"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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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구로FM- 7회 방송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다.

1120 구로 FM 이희숙의 사과꽃향기 이야기 – 7회 방송 :

요즘, 만추를 걷고 계시죠?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로 시작되는 임옥인의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눈이 닿는 우주공간에 ‘만추’를 한껏 감상하고 계시겠죠? 그런데 만추, 꽉찬 가을이 가려고 해요.
이 가을에 떠오르는 작곡가로는 브람스가 연상이 됩니다. 브람스 음악에서 풍기는 묵직함과 갈색톤으로 흐르는 음악이 말이죠. 그래서 오늘방송은 브람스의 헝거리 무곡 20번으로 ‘사과꽃향기 이야기’로 문을 활짝 엽니다.
m1 - 브람스의 헝거리 무곡 20번
이번 7회 방송부터는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어 방송하게 되었습니다. ‘산의 향기’를 넘어서, 다양한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사과꽃향기 이야기’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오늘 나눌 글은 민들레성서마을, 이야기마당, 이희숙의 사과꽃방 19번 글, 2003년 11월 12일에 쓴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다.’입니다. 이 글은 크게 3장면으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 장면은 종로 5가 백주년이고, 두 번째 장면은 경기도에서 강원도를 다녀와서, 세 번째 장면은 다시 백주년으로 돌아와서 쓴 글입니다.

BGM – 시애틀, 타코마에 사는 친구 장현자 목사의 피아노, 찬송메들리로 연주실황입니다.

***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다.

# 한국교회백주년에서...
오늘은 비를 머금은 하늘이다.
뚝뚝... 하늘하늘... 일렁일렁,,, 팔랑팔랑...
직선으로, 곡선으로 사선으로...어떤 잎은 종이 비행기 날듯 쌩!... 떨어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정취에... ... 감탄!!! 그저 감사하다.
2층에서 바라다보는 빨간 벽돌과 아주 멋지게 어울리는 풍광을 눈 카메라로 찰칵!
가슴 카메라로 감상!!! 마음카메라로 또 한 장...

m2- Mozart Sonata 15번, C 장조, 1악장, 알레그로, K. 545번입니다.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자주 들을 수 있고, 연주되는 귀여운 곡, 귀에 익은 즐거운 곡을 들으시겠습니다.

#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북한강 강가에 서서, 강에 비친 산 그림자의 의젓한 자태를 바라본다....
그 아래, 말없이 도도히 흐르는 강가에 서서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를 입 속으로 부른다.
부슬 부슬... 비를 맞으며 다시 국도 56번을 타고 달린다.
막힘 없는 한적한 도로, 탁 트인 시야, 우리를 위해 모두 준비된 날 같았다.
내리던 비, 조금 지나니 진눈깨비로 변했다.
그 시간 서울은 흐리고, 설악산에는 눈, 출입을 통제했단다.

그 날, 11/8(토)은 입동이었다. 겨울맞이 여행이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고속도로 길가에 심어 놓은 어린 소나무의 잎은 아직 연한 초록빛이다.
그와 멋진 대조를 이루는 멀리 서 있는 가을산과  겨울숲...
그 사이에 황홀한 단풍들이 우리를 반긴다. 그 반김에 점점....
탄복하며, 깊은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더 깊이 들어간다.
활엽수와 침엽수의 구분이 확연해진 나무들의 생태지역...
강원도 구석구석, 평창군 산골짜기 오지를 누빈다.

강원도 산골, 고냉지채소 재배하는 밭과 정겨운 마을을 지나고,
큰 길가 산골 초등학교가 어린시절로 데려가 준다.
아기자기함과 알록달록이 있는 초등학교,
아침조회 때, 삐뚤빼뚤 줄 서 있는 풍경,
체육시간 운동장에서의 즐거운 놀이,
운동회하는 날의 그 풍성했던 기억 속으로 날 데려다 준다.

내린천, 한강의 발원지인 내린천, 골짜기를 지나.....
운두령 꼬불꼬불 고개를 넘어 오대산까지...
오대산 골짜기의 바위와 소나무 숲, 그 골짜기를 흐르는 냇물...
낙엽진 가지 끝마다 하얀 진주로 한껏 치장하고 서 있는 벗은 나무들.
고개마다 붉은 빛, 가랑잎, 풍성한 가을빛 잔치다.
다시 운두령을 넘어 계방산을 지나 돌아 나온다.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장평, 국도 31번을 타고 이승복기념관을 지나고...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안동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그 길로 마구마구 달린다.
비로 세수한 산이 말쑥하다. 나무들도, 단풍잎도 맑고 깨끗하다.
원주 치악산...옆... 휴게소.. 마치 낮은 병풍을 둘러친 듯... 분지에 서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
멀리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운무(雲霧)... 그들의 손짓이 아름답다.
아기손 같은 단풍잎을 붙이고 질주하는 은빛 지프... 멋지다.
노란 은행잎을 엮어 만든 화관을 머리에 인 듯, 바람에 날리며 달리는 승용차....
지나는 곳마다, 낙엽송의 황금가지와 잣나무의 푸르름이 정말 멋졌다.

황금색과 초록색의 어울림... 고즈넉한 늦가을 저녁정취...
그 사이, 산 허리에 걸린 구름... 피어오르는 연기같은 구름...
마치, 일본 스기노이 유황온천지역에서 피어오르는 더운 구름같다.
아니, 하꼬네 높은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유황연기 같다.
낙엽들은 흩어져, 고속도로 주변에 톱밥처럼 쌓이고,
빨간 벽돌색으로 물들어 도열해 있는 가로수...
한적한 산야, 황금빛 나는 산야를 지나 마구 달린다.

m3- 추심, 정태준의 추심, 가을 추, 마음 심... 가을의 마음이라고 이해하면 될지요? 이 곡은 카나다의 언니가 보내준 곡입니다. 안산시립합창단이 노래합니다.

# 다시 백주년에 돌아와서...
황금빛 산야를 달려와, 지금 여기는 눈이 닿는 곳마다...
노란색 천국, 옆, 뒤, 앞... 어딜 보나 노란색 잔치...
두꺼워진 은행잎 융단을 밟고... 아침 출근길이다..
점점, 겹겹이 쌓이고 있다. 백주년 뒤뜰이 은행잎으로...점점 두껍게... 쌓여가겠지
분수대 주변에도, 빨간 벽돌 사이로... 둘러쳐진 노란 은행잎무늬가 멋지다.
11/11 오후,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부니, 일제히 달리기를 한다.
노란 달리기... 눈 덮인 듯 은행나무가 덮였다.
은행나무 뿌리가 추울까봐 노란 이불이 되어 덮어준다.

또한 그 아래 서 있는 초록 소나무가지마다에 노란 은행잎 꽃이 피었다.
불타는 단풍나무, 너무 선명하여... 불이 난 듯...
서리가 내리더니, 비가 와서 샤워하더니... 더욱 그 빛이 선명하다.
더욱 붉게, 더욱 노랗게, 더욱 선명하게, 더욱 투명하게... 만추를 노래한다.
빨간 단풍들의 속삭임, 주황색, 주홍색, 감색으로...  늦가을의 노래를 한다.
지붕 위에 내려앉아서도,
창고 위에 펄석 주저앉아서도,
계단 위에도 살짝 걸터 앉아서,
뜰 한 켠에서도 속삭이는 듯 노래한다.

풀섭에도, 키 작은 회향목에도, 주목가지에도 내려앉아 가지마다 노란 꽃이 된다.
주차된 하얀 자동차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노란화관이 된다.
뜰에서는 점점.. .. 두꺼운 양탄자가 된다.
그래서,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
----------------------------------------- (원고 끝)
BGM -
여러분, 그래서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어  편지를 하겠지요?

백주년기념관 정원에 큰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나무 잎, 가을이 충만한 노란세상,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뒷정원이 주차공간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까만 자동차 바퀴에 노란 은행잎 무늬 입힌 타이어, 우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멋진 백주년표 타이어...가 생각납니다.

오늘도 눈부신 햇살받은 황금가지가 미풍에 한들거립니다. 환상, 그 자체입니다.
이 가을에, 누구나 시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가을편지를 써 보시겠어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로 시작되는 최양숙의 ‘가을편지’, 우리의 가슴을 적셨던, 오랜 옛날 대중가요...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외로운 여자), 낙엽이 흩어진 날(모르는 여자), 낙엽이 사라진 날(헤매인 여자).... 아름다운 여러분, 누구라도 받아주세요....
마지막 음악으로,
m4 – 고은 작사, 김민기 작곡, 최양숙이 부르는 ‘가을편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희숙의 ‘사과꽃방 이야기’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DATE: 2020.11.23 - 11:59

LAST UPDATE: 2020.11.23 -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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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FM 8회 사과꽃향기이야기 – 귀향

구로FM- 6회 방송 - 텅빈 충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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