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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숙의 "사과꽃 향기나는 방"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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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구로FM 8회 사과꽃향기이야기 – 귀향

1210 구로FM 이희숙의 사과꽃향기이야기 – 8회 방송

코로나의 강을 건너면서도, 화려하게 치장했던 가을은 가고, 앙상한 몸으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겨울 문턱에 선 벗은 나무들을 보노라면, 지난 날을 돌아보는 회한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벌써 12월, 겨울에 들어선 지 열흘이 되었네요. 오늘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중, 1곡 ‘안녕히’을 들으시며, 구로 FM 이희숙의 사과꽃향기이야기 제8회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리차드 용제 오닐의 비올라와 이성우의 기타연주로 들으시겠습니다.)

M 1.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1곡 안녕히

겨울나그네, ‘안녕히’를 들으시며, 얼어붇은 밤거리를 떠나는 쓸쓸한 나그네와 겨울 나목을 상상하셨을지요? 여러분 나름의 추억과 기억 속에서 상념에 젖어보셨나요?
안녕하세요? 구로 FM 이희숙의 사과꽃향기이야기를 진행하는 이희숙입니다.
오늘 방송제목은 ‘귀향’입니다. 2003. 11월에 작성된 민들레성서마을, 이야기마당 이희숙의 사과꽃방 18번 글입니다.

BGM – the Promise, 함준호의 기타 연주 ↑↓

귀향(歸鄕)

  연 노란 새싹과 연두색 순잎의 봄을 지나, 출렁거리는 진초록의 잔치가 있던 여름도 물러갔다. 이제는 지나온 시간을 셈하고, 정리하는 가을이 왔다. 지난 봄에 태어난 새 생명이 여름동안 자라, 이제는 착실(着實)하게 열매맺는 일년 농사 가을걷이의 때이다. 지금은 빨간 정열의 여름에서 하얗고 고요한 겨울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이제 곧 겨울이 오면, 가을의 자취는 사라질 것이다. 갈무리한 창고 위로 나뭇잎들은 하나 둘... 떨어지고, 겨울을 준비한다. 겨울동안 살아갈 준비를 하느라, 수분의 손실을 막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 속에 부드러움과 운치가 있다. 그러나 나목(裸木)의 스산함이 있는 가을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있는 중간 정류장처럼, 그렇게 시린 발로 서 있다.
  우리집 앞마당에 커다란 나무 몇 그루가 서 있다. 그 나무들이 지난 봄에는 새 생명의 경이감을 주었고, 여름에는 풍성한 초록잎 옷을 입고 매미들과 노래를 했다. 바람 부는 날엔 바람을 맞으며, 폭염에는 양산도 쓰지 않고, 폭우에는 우산도 없이 그렇게 견디고 선 나무들이다. 이제, 나무들에게는 천둥소리, 풀벌레소리, 매미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나무 아래 유쾌한 웃음소리와 동네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나무는 지난 여름, 시원한 그늘을 주었던 고마운 나무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그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지고 있다. 그 낙엽들은 땅에 떨어져 자기가 온 곳으로 돌아간다. 결국, 낙엽은 흙이 되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또 다시 영양분이 되어 나무에게, 다음해에 돋아날 새순에게 새 힘을 공급한다.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이 세상의 소풍 끝내는 날, "정말, 즐거운 소풍이었다." "아름다운 이 세상이었다."고 고백하리라. 나뭇잎이 팔랑팔랑....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돌아가고 싶은 고향 땅으로 춤추며 가는 것처럼 보인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 연어들의 귀소본능을 말하지 않아도, 명절에 수시간 걸려 고향을 찾아가고, 버선발로 뛰어 나오시는 엄마가 계시는 고향, 생각만해도, 마음이 푸근하고, 정겹기 때문이죠.

M 2. 마이클 윌리엄 발페의 오페라, ‘보헤미아의 소녀’ 중, 2막 나는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우리집 마당에 나무들 중, 수십 년 된 제일 큰 나무는 은행나무이다. 수천, 수만 마리의 나비 같은 은행잎들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그 쓸쓸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낙엽 떨구고 선 가을나무 같은 우리 아버지...  앙상한 나무 같은 아버지의 가늘어진 다리, 넘어질 듯한 걸음걸이, 약간 굽은 어깨를 본다. 움푹 들어간 반짝거리는 눈을 들여다보고, 주름진 얼굴, 벗겨진 머리와 이마를 보고 있으면, 젊은 시절의 당당하게 호령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나! 참으로 발목이 시려옴을 느낀다. 인생의 모든 역경을 견디고, 수많은 인생의 고비와 언덕, 비바람과 천둥치는 세월을 보냈다. 우리 인생의 길은 그 옛날, 야곱이 바로(파라오) 앞에서 "나그네 길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다(창 47:9)."고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본 고백과 같다.
  그동안 아버지는 위중한 병으로 장시간의 힘든 수술도 여러 번 경험하셨다. 지난 봄에는 손목뼈 골절 등의 병치레까지 하셨다. 또한 최근 1-2년 새, 삐뽀삐뽀 119 응급실로 황급하게 달려가기도 십 수 번... 그리고는 노쇄하고 병약한 아버지의 입원실 창 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와 창가에 부딪치는 빗방울들이 속절없이 내 눈물되어 볼을 타고 흘러 가슴속에서 강을 이룬다.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연습인가? 병상을 지키며, 끄윽끄윽, 안타까운 속울음만 나온다. 병약한 아버지의 시중을 드는 막내딸의 마음은 그저 절절하기만 하다. 아버지는 손녀, 손자들의 결혼식도 보시고, 증손자들도 안아보시고 행복해 하셨다. 사랑하는 딸의 목사 임직식에 참여하시는 감격적이고 기쁜 일,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가슴 아프고, 괴롭고 슬픈 일까지 겪으셨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 갖은 풍상을 겪으며 마음속에 수많은 나이테만 늘어갔다.

M.3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2막에 나오는 ‘울게 하소서’

  우리 인생도 계절과 같다. 인생의 봄과 화려한 여름을 다 보내고, 가을언덕에 서신 아버지의 발걸음은 돌아갈 고향집을 생각한다. 우리는 돌아가야 할 영원한 고향집, 본향이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순례의 길을 다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돌아갈 본향 집으로... 구십을 바라보는 우리 아버지에게 본향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연약해진 아버지는 아침에 출근한 딸이 돌아오기만을 하루종일 기다리고 계신다.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줄 막내딸을 기다리는 시간, 하루종일 지낸 일들을 들려줄 시간, 아버지의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지금도 어김없이, 하나님의 시계는 째깍째깍........ 쉬지 않고 돌아간다. 하늘고향에 가야 할 시간, 우리를 위해 예비한 성으로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도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내드릴 준비를 한다. 마음속으로... 깊이깊이...  그러나 오랜 후에, 우리는 거기서 다시 만날 것이다. 먼저 가신 믿음의 선진들도,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도 반갑게 만날 것이다.

BGM (홍순관 – 귀천) ↑↓

  천상병 님의 시(詩)에 홍순관 님이 부른 '귀천(歸天)'이라는 노래가 마음속에 부드럽게 울려퍼진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BGM (홍순관 – 귀천) ↑↓stop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브리서 11:6)

이혜인의 시 ‘가을바람’에서 시인은 “내 나이 늦가을쯤 되었으리라.”는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한 구절 인용해 볼까요?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기도는 깊어가네, 내 나이 늦가을쯤 되었으리라...  여러분은 어느 계절을 걷고 계신가요?

이렇게 성경 한 구절을 남기며 2003년 11월 사과꽃방 18번 글 ‘귀향’을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 방송은 우너고의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서 형식을 달리 진행해 보았습니다. 중간에 들으신 두 곡 중 첫 번째 곡은, 마이클 윌리엄 발페의 오페라, ‘보헤미아의 소녀’ 중, 2막 ‘나는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를 Joan Sutherland의 노래, Richard Bonynge이 지휘하는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이었구요. 두 번째 곡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2막에 나오는 ‘울게 하소서’로 영화 파리넬리 OST로 사랑받은 곡인데요. 임형주의 노래로 들었습니다.

오늘 방송제목이 귀향이니, 이 대목에서 귀천이라는 곡을 안들어볼 수 없겠죠?
장사익이 부르는 ‘귀천’을 들으시며, 제 8회 구로FM 이희숙의 사과꽃향기이야기,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M.4 장사익 - 귀천 (동영상에서)

DATE: 2020.12.18 - 18:44

LAST UPDATE: 2020.12.18 -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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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FM 9회 - 저 손끝을 향하여

구로FM- 7회 방송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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