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오늘도 어제처럼 숲길을 걸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건만 길은 날마다 새로 새롭다.
골을 따라 흐르는 바람결에 습기가 가득 담겼다.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두륜산의 향기가 전해져 온다.
나뭇가지들이 이어놓은 지붕 아래 우리 둘 뿐이었다.
어깨가 스치도록 가까이 걸었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린 백아와 종자기처럼 마음의 소리를 알아듣는 지음(知音)"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30분이면 갈 길을 우린 1시간이나 걸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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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해묵은 인연
오래된 책을 뒤적였다.
‘자연적 교회 성장’이라는 책이다.
책의 속날개에서 해묵은 사연을 발견했다.
16년 전, 내 생일에 곽승호목사가 책을 선물하면서 담아놓은 마음 몇 줄.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짧은 몇 문장이지만 육필에는 아직도 그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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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는 계절
가을은 벗는 계절이다.
초록을 버리고 물기를 버리고 붙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는 때이다.
산책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단풍, 그 슬프디 슬픈 의식의 표면엔 색깔이 덧입혀져 있다.
오늘은 단풍을 찾지 않았다.
물기를 빼앗겨버리고 물기를 버린 만큼 가벼워지고 투명해진 잎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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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해후(邂逅)[
2018. 10. 03. 12시 20분.
일공을 만났다.
미국으로 떠난 지 18년 만이다.
고백한다면 18년을 기다렸다.
그의 안부가 궁금했고 늘 보고 싶었다.
진한 포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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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남긴 것들
가슬의 초입이다.
히늘은 한 뼘쯤 더 높아지고
저녁 그림자는 며칠 전보다 조금 더 자랐다.
새벽에 이불을 끌어당기는 날이 많아졌다.
아내가 지난 가을에 개어놓은 옷을 꺼내 주었다.
한 계절이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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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
사람과 길은 이어져 있다.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이야기를 만든다.
강은 강대로 강길이 있고
바다는 바다대로 바닷길이 있고
하늘은 하늘대로 하늘길이 있다.
대흥사 숲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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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행운은 달려들지만 행복은 스미고 번진다.
행운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 로또 같은 것이라면  
행복은 미열의 계절을 통과한 다음에 온다.
행운은 잠시지만 행복은 스미고 번지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간직된다.
대흥사 숲길을 갔다.
여린 잎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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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情)  ##
세계는 수리로 지어지고 인생은 정으로 짜여진다.
마음의 결은 미적푼으로 풀 수 없는 일이니
정이란 정답이 없는 문제다.
정이 진하면 인연이라 하더라.
한 주간이 흘렀다.
친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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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3월이 지듯이)
『봄 가고
여름 가고
가을 가고
냉정한 겨울도 그랬다
끊임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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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설날 아침입니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을 축하받았던 날입니다.
내가 한 살을 더 먹은 대신 부모님은 한 살을 빼앗겼던 그런 날이죠.
“엄마, 설날 며칠 남았어?”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지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래서 설날(설레는 날) 아닐까요?
설날에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반가운 친구가 올 것만 같은, 바람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설렘이 그런 마법 같은 날입니다.
장날에 사다 놓고 만져보기만 했던 꼬까옷을 입었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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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근 일 년 만에 광주 복음내과엘 들렀다.
병원이라는 곳이 싫어서 미루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1년 사이에 원장님의 얼굴에 밭고랑 같은 주름이 서너 개 늘었다. 목소리도 힘을 잃은 듯 했다.
심전도검사, 심근경색 검사, 동맥경화 검사를 했다.
동맥경화도를 측정하는 기계의 삐- 삐- 소리가 긴장감을 더했다.
검사가 끝난 후 원장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겁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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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오늘도 신문사의 칼럼들을 뒤진다.
칼럼을 뒤져 그 사람의 글을 인용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 내 글은 나의 개성이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칼럼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한 번 더 생각한 사람들의 글이고 그 속에 생각할 소재가 들어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남의 글을 찾아 읽고 마음에 드는 글이라도 발견할 때면 내용을 정리해 놓곤 한다.
실은 칼럼만을 골라 뒤지는 것은 아니다. 신문 속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 놓으면 어지간한 책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낫다.
책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지만 구입한 책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책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돈을 주고 구입한 책들의 상당량이 홀대를 당하다가 일이년이 지나 책꽂이가 어지럽게 되면 쓰레기로 버려지곤 한다.  하나 칼럼은 짧은 글 속에서 다양한 상황과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글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짧은 글이어서 좋다. 나아가 특별한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어젯밤에는 JTBC의 앵커브리핑을 시청하다가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중 글의 한 대목이 소개되었다. 머릿속에 사진을 찍어 놓았다. 오늘은 그 분의 글을 뒤진다. 48번에 걸쳐 연재된 그 분의 글을 몽땅 한글로 카피하고 폴더를 만들어 담아 놓았다. 그 분의 글은 여성적인 섬세함이 살아 있고 남다른 통찰력이 느껴졌다.
실은 그 분의 글이 특별한 매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버릇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상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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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내가 엑셀로 만든 날짜, 시간 계산기로 아들과 딸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온전히 제 자리를 찾아야 할 텐데... 이런 조바심과 아이들에게 반려자가 생겨야 부모의 짐을  벗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서른이 훌쩍 넘었습니다.
요즘 트렌드(trend-유행, 경향)가 혼자 사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시대라지만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몇 번의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이들은 그때마다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결혼이란 것에 대한 관심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거나 힘든 세상을 살아갈 일이 지레 겁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못 편하지 않은 생각을 하다가 100년도 살지 못할 인간이 천년의 근심을 품고 살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서 마음을 주저 앉혔습니다.
출근 후, 요즘 읽고 있는 단편집의 한 귀퉁이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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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아이들
낙엽이 잔디를 이불처럼 덮고 있다.
삭풍에 나무 가지 떨고 있다.
서쪽으로 기운 햇빛이 낙엽에 비스듬히 닿는다.
건물 사이를 휘도는 바람이 낙엽을 쓸고 다닌다. 그 때마다 낙엽은 잠자리에서 이불을 걷어차듯 뒤채인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리도 바람을 따라 건물 사이를 맴돈다.  세상 걱정을 모르는 아이들이 노랗게 익은 나무 사이를 바람처럼 휘저으며 뛰어다닌다. 뭐가 그리 좋은지 낙엽을 발로 차며 깔깔거린다. 그때마다 잔디를 덮고 있던 낙엽은 공중으로 올랐다가 흩어지고 다시 자리잡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의 눈에는 뒹구는 낙엽도 비스듬히 누운 햇빛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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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
선아가 자꾸 옆에서 얼씬거렸다.
자그마한 공책을 손에 쥐고.
글을 생각하는데 방해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의 세계가 있기에 못본체 했다.
하교 후에, 네 가닥으로 접은 종이쪽지를 홱 던져놓고 간다.
겉표지에 선생님이라고 쓰여 있다.
펴보니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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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모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인 연
   “김수평 선생님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저는 해남동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상대는 저의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걸어오는 전화는 삶에 검은 구석이 많은 탓인지 다소의 긴장으로 마음을 오그라들게 했습니다. 그 긴장은 통화가 이어지면서 요즘 불볕 더위에 아이스크림 녹듯이 편안하게 잦아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해남동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 전남교육청에서 발간하는『전남교육 신문』에 실린 저의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전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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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의 흔적을 지우며
메일 주소록에서 그룹을 모두 삭제했다.
메일을 보낼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메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용처가 없다.
20여 년간을 사용해 왔던 메일 그룹들을 삭제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해 보았다.
어떤 이는 가까운 곳에 살지만 멀고, 어떤 이는 먼 곳에 살지만 가깝다. 어떤 이에게는 빚을 졌다. 어떤 이는 그립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는 데 관계망을 지운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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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초입에서 #
가을이 흩어진다.
가을 햇살이 짧다
갈 햇살처럼 단풍도 짧았다.
어미 나무 주변에서 힘 잃은 잎새들이 바람따라 뒹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푸릇푸릇하더니만...
나무가 겨울을 예감하고 제 색깔을 버리는 것이 단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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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없다
나는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다큐에도 약간의 픽션이 가미될 터이지만 단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아서다.
EBS에서 방영된 「한국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부부가 산골에서 닭과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었다. 그 중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평소 알고 있었던 내용과 조금 다른 내용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깨어나는 과정은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선종(禪宗)의 공안 가운데 하나. 줄(啐)은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내는 소리며 탁(啄)은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바로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행위다. 병아리와 어미닭의 협응에 의해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아리와 어미닭이 동시에 알을 쪼기는 하지만, 어미닭이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미닭은 다만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교육에서는 ‘학습은 학생의 욕구와 교사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설명할 때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는 스승은 깨우침의 계기만 제시할 뿐이고, 나머지는 제자가 스스로 노력하여 깨달음에 이르러야 함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EBS 다큐의 내용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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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이 번지는 계절
해남의 안산인 금강산의 이마가 붉어온다.
산등성이마다 미열이 번지고 있다.
단풍이라는 것이 잎이 말라가는 현상일진데 무심으로 관조하면 아름답다.
가을의 느낌이 진하다.
부추김이 살아난다.
마음의 고요가 깨지고 파문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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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울기 #
23.5도.
지구가 태양 쪽으로 뉘어진 기울기입니다.
창조 시부터 지금까지.
그 기울어짐 때문에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차오른 달은 기울기 시작합니다.
낮이 기울고 해가 기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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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가 무지개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났단다.
술람미(wife)를 통해 들은 이야기다.
며칠 전부터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더니 그렇게 되었다고.
이런 소식은 그냥 이야기라고 치자.
슬픈 소식은 단순한 이야기다.
그래야 맘이 편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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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흔적
찬양대원이 보내온 사진 2장
감정의 주파수가 같았나 보다.
“사진 참 좋네요” 메시지를 보냈더니 인터넷에서 주워왔단다.
어찌되었건 가을의 시상을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사진에 담아 보냈을 것이다.
봄은 호흡이고
여름은 차오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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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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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2017
아침재를 넘어 온 바람이 차다.
가을이 짙어간다.
주변의 배경도 냄새도 색깔도 가을이 진해지고 있음을 알린다.
나무는 물을 버리기 시작했다. 무성했던 나무들이 성글어지기 시작했다.
황금 들판도 지형이 바뀌었다. 논에는 벼를 베고난 밑동만 남았다.
풀벌레 소리도 옅어졌다. 벌레의 울음소리마저 곧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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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낭소리 #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것입니다.
전화가 웁니다. 발신자의 이름을 보니 쟁기질하는 남주입니다.
늦은 시각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거리(距離)의 차이입니다. 거리가 없는 사람은 밤중에도 깨울 수 있는 일이죠.
 
“성님, 소를 5백만원 주고 샀단 말이요. 축제를 할란디 소 우는 소리하고 핑갱이 소리가 필요하요. 만들어 주시오.”
“뭣할라고 그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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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서 #
오랜만에 들판을 보고 싶었다.
콘크리트 벽 안에 갇혀 삶의 윤기를 잃을 때면 자연의 숨결이 그리워 가끔 마실을 나간다. 어떤 때는 억새 속에 앉아 있기도 하고 벼가 걷히고 난 황량한 들판을 소슬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황량함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때론 저수지 가에 앉아 석양에 물비늘이 일렁이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한다.
울돌목 석양은 일품이다. 거친 물살이 뒤집히며 소리를 높이고 파도는 바다 속으로 잠수하기 직전의 햇빛을 실어 나른다. 바닷바람은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럴 때면 가슴은 다시 평온해지고 본래의 내 모습을 찾곤 한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몇 번을 생각하다 고천암을 택했다. 현대인들은 시간을 압축하며 산다는 데 나 역시 무에 그리 바쁜지, 언제 고천암 길을 갔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아마 고천암을 잊고 살아온 세월이 몇 년은 된 것 같다.
시골 냄새가 스쳐갔다. 도로변에는 아직 여물지 못한 코스모스들이 하늘거렸다. 억새는 아직 윤기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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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에서 #
오랜만에 대흥사 숲길을 갔다.
혼자 걸었다.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숲길은 상큼했다. 골을 타고 가을 냄새가 묻어 왔다.
육안으로는 가을의 색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을은 스멀거리며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휴일이어서인지 산책로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누는 이야기들이 숲 사이를 돌아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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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같은 세월
하루에 하루가 보태지면 나이가 되고 나이가 흐르면 세월이 된다. (문자적으로 따진다면 세월이란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하지만 보통 지나간 시간을 의미한다.)
나이테가 한두 개씩 늘어가면서 가끔 지난 세월에 대한 생각들을 한다. 그럴 때면 세월은 비정하고 인정 사정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어릴 적 추억은 옛 모습 그대로 꿈틀대는데 몸에는 세월의 흔적이 늘었다.
세월은 모든 것을 퍼석퍼석하게 만들고 만다. 물기 촉촉한 회억들도 세월 앞에서는 무력하고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세월이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동안에 세월 덕에 얻은 것은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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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習)
한 편의 글을 의도한 대로 그려내기 위해 몇 수레의 책을 읽어야 했다.
한 줄의 글을 모남 없이 만들기 위해 몇 십 년의 습작(習作)을 해야 했다.
작품(作品)은 언제나 작품이 아니었으며 습작은 습(習)을 더할수록 습(習)이 되었다.
나는 한 번도, 그리고 아직도 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작품은 자고 나면 모나 있었고 거칠었다. 그래 평생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글을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라는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말처럼 오늘 하는 일이 비록 습(習)일지라도 즐거워 걸음마를 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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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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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떠오른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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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Simple view동행 김석천 2019.07.11 3 0
296Simple view책과 해묵은 인연 김석천 2019.01.09 9 0
295Simple view벗는 계절 김석천 2018.11.01 10 0
294KakaoTalk_20181003_224944750.jpg [3.3 MB] 다운받기Simple view18년만의 해후(邂逅)[ 김석천 2018.10.04 11 0
293Simple view여름이 남긴 것들 김석천 2018.09.28 12 0
29120180504_134808.jpg [3.7 MB] 다운받기Simple view 김석천 2018.05.04 37 0
29020180430_131930.jpg [4.4 MB] 다운받기Simple view행복 김석천 2018.04.30 29 0
289IMG_0216.jpg [201 KB] 다운받기Simple view정(情) 김석천 2018.04.21 58 0
288Simple view지나가는 것들 (3월이 지듯이) 김석천 2018.03.30 114 70
287Simple view설날 아침 김석천 2018.02.16 114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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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Simple view버릇 김석천 2017.12.22 139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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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IMG_5744.JPG [6.4 MB] 다운받기Simple view정원의 아이들 김석천 2017.11.24 149 53
282선아(20171121).jpg [741 KB] 다운받기Simple view선아 김석천 2017.11.22 165 57
281Simple view가끔씩 생각나는 사람 김석천 2017.11.17 187 52
280Simple view짝사랑의 흔적을 지우며 김석천 2017.11.14 143 56
279Simple view겨울의 초입에서 김석천 2017.11.13 136 31
278Simple view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없다 김석천 2017.11.10 190 27
277Simple view미열이 번지는 계절 김석천 2017.11.09 11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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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KakaoTalk_20171030_110830701.jpg [475 KB] 다운받기Simple view가을 흔적 김석천 2017.10.31 154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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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Simple view2017 가을 김석천 2017.10.16 227 32
271Simple view# 워낭소리 # 김석천 2017.10.12 17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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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Simple view살같은 세월 김석천 2017.09.28 189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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