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한 사흘을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

커피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언젠가 한 나이 많은 교수님이 나이들면

아무 소리 안 들려 편하다 하신 게 기억난다.

이렇게 감각들이 없어지면

우리 영혼은 자유를 얻게 될까.

그럼 아주 백발 노인이 된 다음일까 그건.

그런 생각을 하며

옛 일기를 뒤적이다가

시 한 수를 발견하고

한참 머물렀다.

혼자 읽기 아까워 여기에 옮긴다.

아마 웨인다이어의 글에서 옮긴 것인데

출처는 분명하지 않다.

웨인다이어의 책이나 <풍경소리>일 수도...

두려움과 모험

새장에서 태어나

여름 숲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홍방울새의 공허한 비명 같은 노래가

나는 조금도 부럽지 않다.

세월의 들판에서

죄의식에 묶이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함부로 설치는

들짐승도 나는 부럽지 않다.

부럽지 않다, 스스로 복 받았다 여길는지 모르지만

가슴 뛰는 서약 한번 못해보고

나른한 게으름의 풀숲에 괴어 썩는 가슴이

나는 조금도 부럽지 않다.

닥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부여잡고

많이 슬플 때면, 그것을 슬퍼한다.

사랑했다가 그 사랑을 잃는 것이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

― 알프렛 테니슨*

* Alfred Tennyson, 1809-1892,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 계관시인.

이 시를 소개하면서 웨인 다이어가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재미있게 풀이했다.

‘두려움’(fear)이라는 단어를,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증명’(False Evidence Appearing Real)의 머리글자 조합으로 읽을 수 있다. 행동하지 않을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내고 시도조차 하기 전에 그것을 기정 사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가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의 두려움을 부채질한다. 두려움을, ‘모든 것을 잊고 도망치다’(Forget Everything And Run)의 머리글자로 읽는 사람도 있다. 예상된 실패를 앞두고 미리 도망치는 것이다.

사진: 속리산에서 김재성 찍음